정글 숲을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고양이 사진 잘 찍으려면... (feat. 못 나온 고양이 사진 대방출)

by 누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몇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아래와 같이 답하겠다.


동생이 혼자 먹으려고 끓인 라면 '안' 뺏아먹기

휴일 전날 밤늦게까지 넷플릭스 '안' 보기

치킨 먹을 때 맥주 '안' 먹기

리포트 작성을 거의 다 끝냈는데 저장 안 되고 날아갔을 때 소리 '안' 지르기

서브웨이 샌드위치 '안' 흘리고 먹기 (왜 항상 내용물이 다 삐져나오는 것인가...)


그리고... 고양이가 웃기거나 귀여운 자세로 뭔가 하고 있을 때 사진 '안' 찍기

그런데 그때 정상적인 사진 건지기!!!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적어도 나에겐) 정상적인 고양이 사진 찍기다. 물론 어느 각도로 언제 찍어도 귀여운 생명체가 고양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때다! 이건 찍어야 해. 제발 그대로 있어줘!'

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카메라를 들이밀면 찰나의 순간 녀석은 자세를 바꾸거나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사라지거나 카메라를 외면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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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뱅뱅 냥. 마치 심령사진...


이쯤 되면 이 녀석들이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사진 성공 확률이 높을 때는 단연 고양이가 자고 있을 때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엄지로 틀어막고 조심히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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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기절한 게 아닐까...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올라 ~


하지만 나의 둔한 몸짓은 이내 '바스락' 소리를 내버리고 그새 잠이 깬 고양이는 자세를 바꾼다. 하루는 둘째 고양이가 가부좌를 틀고 자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저렇게 자면 다리에 쥐 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을 하면서도 귀여움을 참지 못하고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순간. 큰 눈을 꿈뻑꿈뻑. '나 찍으려고 그랬지?' 이런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또 한 발 늦었다. (젠장!) 그게 또 고양이 사진 찍기의 묘미다.


KakaoTalk_20210820_202726185_02.jpg 뒷다리 가부좌... 귀여워...


난이도 끝판왕은 두 마리 고양이를 함께 '정상적으로' 찍기다. 어렸을 적에 소풍을 가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 꼭 몇 명은 눈을 감아서 난처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테다. 어떤 수학자는 단체 사진 찍을 때 눈 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려면 최소 몇 번을 찍어야 한다는 주제로 논문을 써서 '이그노벨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만큼 이 사태가 인류가 난제임을 알 수 있다.

(※ 이그노벨상 : 1991년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 잡지인 AIR이 매년 10월 경 노벨상 발표에 앞서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과학 연구에 수여하는 상)


한 마리도 정상적으로 찍기 어려운데 둘 다 정상인 사진은 정말 백만 장 찍어서 한 장 건질까 말 까다. 한 마리라도 잘 나오면 대성공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따름이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 한데 (포기하면 편해...) 집사가 고양이 투샷을 포기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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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 사진이 하나도 없다. 제발 협조 좀



그만 찡찡거리고, 마지막으로 소소한 고양이 사진 찍기 팁. 사진 찍을 때 고양이 눈높이로부터 약 30도 각도에서 현란한 손가락 놀음으로 고양이의 시선을 사로잡으면 동공이 커져서 더욱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아주 운 좋으면)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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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고양이 st


KakaoTalk_20210821_111040310_12.jpg 사실 난이도 초초초 끝판왕은 고양이와 집사의 투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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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와디즈 경영추진팀


(전)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 FCMI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