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치타로 빨리 달리는 법, MVP(최소 기능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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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팀에 합류하면 첫 출근날 받는 웰컴백에 쓰인 문구다. 노트, 펜, 칫솔, 안마봉까지 있는 세심한 선물이 들어있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책을 받는다.
토스 팀은 왜 많고 많은 경영서 중 이 책을 선택했을까? 이는 토스 팀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1조 가치를 가진 이 기업의 임직원은 단 170명. 이 인원이 2017년 한 해 런칭한 서비스는 52개고, 그중 26개의 서비스가 살아남았다. (쿠팡은 1조 가 치에 도달할 때 직원이 1000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린스타트업의 핵심, MVP를 충실히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린 스타트업과 MVP는 무엇일까?
린(Lean) 스타트업에서 'Lean'이란 군살을 뺀, 기름기가 없는 이라는 의미다. 뚱뚱한 치타가 빨리 뛰기 어렵듯, 스타트업도 뚱뚱하고 기름지면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 스타트업 비즈니스란 불확실성과 싸워서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빠르고 가볍게 시도하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노력 중 어떤 부분이 가치를 창출하고, 어떤 부분이 낭비일까?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혁신을 일구기 위해서는 정확한 답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창업자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상의 고객이 좋아할 요소를 잔뜩 집어넣으려고 노력한다. 열과 성을 다해 출시한 제품을 고객이 냉대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모두 낭비하는 꼴이다. 린스타트업은 이런 실패의 나락으로 빠지기 전 '만들기 - 측정 - 학습' 루프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객은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의 제조과정에는 관심이 없고, 그 제품이 잘 작동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 고민하고, 학습하여 진짜 고객의 실제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의 방법은 '최소 요건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 MVP)'을 출시하는 것이다. (번역이 와 닿지는 않는 단어다)
드롭박스(Dropbox)의 사례를 보자. 드롭박스의 창시자는 파일-싱크(File-sync) 솔루션이 팔릴만한 제품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대중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서버를 구축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약 3분가량의 시연 동영상을 배포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본 것이다. 드롭박스가 향후 탑재할 기능을 담은 이 동영상 덕에, 불과 하룻밤 사이에 회원 수가 5천 명에서 7만 5천 명으로 증가했다. 실제 제품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드롭박스의 동영상은 MVP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갑자기 돈이 급히 필요할 때 친구에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면? 소액을 빌릴 일이 종종 있는 10대-20대 유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이다. 과연 유저가 이를 사용할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타깃 그룹 사용자 중 9명을 선정해 1:1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니즈를 파악했다.
실제로 사용 니즈가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고, 약 10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2차 검증을 했다. 이 분석을 통해 서비스 목표, 가설, 변수를 설정하고 해당 서비스를 go 할지, stop 할지 결정한다.
결국 '친구에게 빌리기'는 핵심 기능만을 담은 MVP 출시 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설 검증으로 서비스를 점차 진화시켰다. '친구에게 빌리기'는 단 10일 만에 완벽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만약 다양한 가설 검증 후, 완벽한 서비스를 출시하려 했다면 시간과 자원이 훨씬 더 낭비되었을 것이다.
현실의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수준까지 잘게 쪼개서 (책에서는 일괄 작업 크기라고 표현했다) 일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다. 작게 쪼개면 제품이 초 단위로, 크게 쪼개면 완성된 제품이 한 번에 나온다.
MVP의 단위는?
작게 쪼개어 하나씩 가설을 검증하고 제품을 진화시키면 좋겠지만. 글쎄, 완벽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MVP 자체를 크게 정의하고 시장에 출시한다. 이때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장 의미 있는 기능과 핵심이 무엇인지 가장 작은 단위까지 분리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오늘날은 3D 프린터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작업 크기를 작게 쪼개어 시제품 출시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핵심이 무엇인가? 미션과 비전 확립
MVP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남기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미션과 비전이 확실해야 한다. 결코 누락되어서는 안 되는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무엇을 고객에게 주고 싶은지 꾸준히 고민해야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비전 없이 '제품' 자체에 집중하여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외부 환경 변화에 갈대처럼 흔들린다.
가설 검증 방법 - 고객 반응 보기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특정 제품이 고객에게 먹힐지 확인하려면 시장에 직접 나서서 팔아보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드롭박스의 동영상 사례처럼 보다 쉽게 고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어떤 지표로 가설을 검증할지 설정해야 한다. 1:1 심층 인터뷰, 사이트 방문자수, 사이트 체류 시간, 장바구니 전환율 등 다양한 반응이 있다. 어떤 지표에 가중치를 두고 고객 반응을 평가할지,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린스타트업 방식이 적용되기 어려운 사업 영역은 여전히 존재해 왔다. 이런 사업을 '린'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개념의 스타트업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린스타트업 추진 방법론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린스타트업이 대세인 시대에 어떻게 린스타트업을 실현 가능하게 할 ‘틈새’ 사업 모델을 구현하게 할 것인지, 그 와중에 차별성을 담보할지도 고민해볼 포인트다.
공유 주방 (대표 : 고스트키친, 심플키친)
식당. 아무리 작은 점포로 시작한다고 해도, 식당 하나를 열기 위해서는 최소 인테리어와 갖은 집기 마련에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2015년 기준, 신규로 음식점을 오픈한 사업자는 187,837명이었고, 같은 해 169,164개의 음식점이 폐업했다.)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등장한 개념이 바로 공유주방이다. 공유 주방은 배달음식점이 입점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조리에 필요한 집기를 제공하여 초기 자본금을 확 낮추었다. 인테리어 비용, 권리금도 없어서 설령 망하더라도 리스크는 현저히 적다. 대표적으로 고스트키친, 심플키친 등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 (대표 : 와디즈, 텀블벅)
온라인에서 빛을 발한 십시일반 정신. 크라우드 펀딩은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제작사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 혹은 가능성 있어 보이는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혹은 출시 전 제품에 펀딩하고 사전 예약으로 구매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펀딩 받는 쪽은, 출시 전 시장 반응 확인뿐 아니라 자금도 모을 수 있다. 또한 펀딩 결과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여 재고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유오피스 (대표 : 패스트파이브, 위워크)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미국의 몇 유명한 기업도 있지만, 어쨌든 팀이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초기 사업 단계에 신경 쓸 일도 많고, 자금도 필요한 상황. 공유오피스는 사업자가 가볍게 시작하고, 일에 충실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 책상, 복합기, 회의실, 하물며 커피머신까지. 이런 부가적인 집기들을 제공함으로써 말 그대로 린(Lean) 스타트업을 실천하는 밑바탕이 된다.
공유 지식 플랫폼 (대표 : 크몽, 탈잉, 스터디파이)
능력과 실력은 있는데 학원이나 스튜디오를 차리긴 부담스럽다면? 혹은 자투리 시간에 내 실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스킬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랜서 혹은 타인이 가지고 있는 무형의 서비스, 지식 등을 거래하는 프리랜서 마켓인 크몽이 있다. 디자인부터 마케팅, 컨텐츠 제작에 연애편지 대필도 있다.
Think Big, Start Small, Scale Fast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를 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8년 한 해동안 약 350개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사람과 사람들의 접점을 이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석유화학회사 환경법, 환경정책 관련 업무
와인 21 객원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