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생에게 선물한 책, 팩트풀니스 by 한스 로슬
우리는 세상에 대해 얼마만큼 정확히 알고 있는가?
가축전염병으로 돼지 수만 마리 폐사 처분, 해외 어떤 국가의 국적기 추락, 규모 8.0 이상의 강한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 엄청난 넓이의 숲을 사라지게 한 강원도 산불... TV만 켜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기사거리다. 대중은 이런 뉴스를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애도하기도 하며, 혹은 구호 물품이나 기부금을 보내기도 한다. 시리아에서는 여전히 내전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소말리아의 어떤 학생은 왕복 4시간을 걸어 통학하기도 한다.
아래는 책 '팩트풀니스'에 나오는 13가지 질문 중 3가지를 추린 것이다. 3지 선다형 질문, 정답 확률은 33%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답을 골라보라.
1 .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 20% B: 40% C : 60%
2 .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3.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A : 20% B: 50% C : 80%
4. 전 세계 30세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를 다닌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몇 년간 학교를 다닐까?
A : 9년 B: 6년 C : 3년
문제를 풀어보았나? 참고로 극빈층의 변화 추세를 묻는 2번 문제의 정답률은 고작 7%이다. (한국인 정답률은 4%에 불과하다) 예방접종에 관한 3번 문제 정답률은 평균 13%다.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전 세계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해당 문제로 실험했다. 의대생, 교사, 대학 강사, 과학자, 투자자, 경영인, 언론인, 활동가, 심지어 정치권 고위 의사 결정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절대다수'가 오답을 내놓았다. 특히 노벨상 수상자와 의료계 연구원의 결과가 참담했다.
정답은 1 - C, 2 - C, 3 - C, 4 - A 다. 당신은 몇 문제를 맞혔는가? 정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세상은 생각보다 살만한 곳이다.
13개의 전체 질문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링크로▼
http://www.gimmyoung.com/contents/page?bookcode=0000
팩폭(=팩트 폭력),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어떤 사실은 지극히 폭력적일 수 있다. (거울을 보고 현실을 직시하라 등….) 하지만 생각보다 책 '팩트풀니스'(Factfullness, 사실충실성)의 ‘팩트’는 폭력적이지 않다.
우리는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나? 그것은 우리의 ‘본능’이 그렇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본능이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사고하게 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습성이다. 하지만 본능으로 현실을 이해하기엔 진화 속도 대비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인지 가능한 공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버렸다. 몇 백 년 전만 해도 한 개인이 인지하는 공간은 그가 생활하는 마을 정도였으며, 바다 건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턱이 없었다. 당시에는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능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꽤나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인지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됨에 따라, 대중은 언론의 보도와 스스로의 본능으로 사고하게 되었고, 여기서 왜곡이 발생한다.
부정적이고 극적인 세계관은 왜 없어지지 않을까? 전쟁, 폭력, 자연재해, 부패... 상황은 안 좋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부자는 더 부자가,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가 중간 소득 수준을 유지한다.'
흑과 백, 선과 악,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대중은 대상을 두 범주로 나누어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도 이 본능에 의거한 개념이다. 실제로 잘살고 못 사는 나라의 간극에 많은 비율의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 그래프는 여성 1인당 출생아 수, 그리고 각국의 아동 생존율이다. 여러 나라들이 얼마나 깔끔하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사각형 안에 들어 있는가? 개발도상국에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해 125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 속한 나라들은 아이를 5명 넘게 낳고, 10-40%의 아이가 5세 전에 사망한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여성 1인당 3.5명 미만의 아이를 낳고, 사망률은 10% 미만이다. 이렇게 세상은 깔끔하게 두 분류로 나뉜다?
하지만 이 도표는 무려 1965년의 상황이다. 세상은 매우 크게 변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절대다수의 나라에서 가족 구성원이 적어지고 아동 사망은 드문 일이 되었다.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라는 집단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75%에 이루는 대다수 사람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언론인과 활동가는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한다. 'XX항공기가 오늘도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뉴스를 누가 듣고 싶어 하겠는가? 또한 우리는 과거를 매력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때가 좋았지 바이브’, feat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하지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수십억 인구가 비참한 삶을 탈출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었다.
줄어드는 나쁜 것 16가지
- 항공기 사고 사망, 아동노동, 재난 사망, 핵무기, 천연두, 매연 입자, 오존층 파괴, 굶주림, 노예제, 기름유출, 비싼 태양광 패널, HIV 감염, 아동 사망, 전쟁 사망, 사향, 유연 휘발유
공포는 오늘날 언론인을 먹여 살리는데 일조한다. 개인의 관점에서 생존에 가장 유리한 것은 공포 본능을 우선시한 행동이지만, 인류 전체로 봤을 때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2016년 총 4000만 대의 항공기가 목적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치명적 사고를 당한 항공기는 10대에 불과하지만,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히 바로 이 10대다. 전체 항공기 가운데 0.000025%다.
‘나’ 혹은 지인에게 닥친 문제. 언론을 통해서가 아닌 내 눈앞에서 일어난 사태가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수치보다 눈에 보이는 피해자 개개인에게 지나치게 주목하면 자원을 문제의 일부에만 모두 쏟아붓게 된다. 이러면 훨씬 적은 목숨을 구할 뿐이다. 부족한 자원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이를 '비율 왜곡'이라 하는데, 이는 눈에 보이는 피해자 한 명의 중요성을 오판하는 본능이다.
대표적으로 언론의 몰매를 맞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도 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사례가 있다. 비쩍 마른 소녀를 위협적으로 바라보는 독수리의 사진으로 그는 퓰리처 상까지 수상했지만, 소녀를 구하지 않고 사진이나 찍고 앉아있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자살까지 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남아공의 상황의 전 세계에 알리고 많은 지원을 일으켰다.
2016년 신생아 사망 통계를 보자. 한 해 1년도 채 살지 못하고 죽은 아기는 420만 명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죽음 하나하나는 엄청난 비극이다. 하지만, 2015년에는 440만 명의 아이가, 그리고 1950년에는 1440만 명이 죽었다. 사실 2016년 신생아 사망률은 측정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1950년 신생아 수가 9700만 명, 그리고 2016년에는 1억 4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사망률은 무려 15%에서 3%로 줄었다.
퀴즈를 하나 더 내보겠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0-15세 아동은 20억이다. 유엔이 예상하는 2100년의 이 수치는 몇 명일까? A : 40억, B : 30억, C : 20억
유엔 전문가들은 2100년 아동 수를 오늘날과 같은 20억으로 예상한다. 단순히 직선으로 예전의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본능은 잘못된 것이다. 트렌드를 그리는 선은 단순히 직선뿐 아니라 곡선, 미끄럼틀 등으로 다양하다.
직선 : 돈과 건강, 돈과 학교 교육수 등
곡선 : 예방접종 같은 삶의 필수 요소일 때 급하게 올라가는 것. 탈문맹, 예방접종 등
미끄럼틀 : 여성 1인당 출생아 수
낙타 혹 : 교통사고 비율. 초기에는 자동차 수 자체가 적어 사고가 적다가 차량 수가 늘 나면서 사고 발생. 안정화되면 규제가 생기면서 사고 수 줄어듦
2배 증가 곡선 : 에볼라 바이러스, 인간 이동거리, 지출, 이산화탄소 배출 등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본능에서 벗어나 사실에 충실해지면 된다. 저자는 이를 팩트풀니스(Factfullness)라고 표현하며, 우리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UN의 통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이 아닌 사실에 기반하여 세상을 인지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 이것이 쉬울까? 신뢰할만한 정보를 직접 찾아볼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이 많을까? 자극적이지 않은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인은 주목받지 못하고, 우리는 편향된 정보에 노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을 경계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단편적으로 생각하는지를 지각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테다.
한스 로슬링
- 2012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 2011년 '패스트컴퍼니' 선정, 가장 창조적 인물 100인
-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 테드 최고의 스타 강사
- 갭마인더재단(Capminder Foundation)' 설립자
갭마인더재단
https://www.gapminder.org/whc/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를 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8년 한 해동안 약 350개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사람과 사람들의 접점을 이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석유화학회사 환경법, 환경정책 관련 업무
와인 21 객원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