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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Apr 23. 2023

조선의 이상(理想)한 법전? 경국대전(經國大典) 2

저번 글에 이어 이번에도 경국대전에 대한 글을 올리고자 하는데요, 저번 글에서 경국대전이 생겨난 과정을 설명드렸다면, 이번 글에서는 경국대전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30년에 걸쳐 만든 법전인 만큼 매우 다양한 내용이 적혀있는데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같이 보시죠.


부서에 따른 법전 내용 구분


현재 대한민국의 법구성은 이른바 '기본육법'에 따라 크게 다음의 여섯 가지 법으로 나뉘어있습니다.


-헌법

-형법

-형사소송법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그렇다면 조선의 경국대전은 어떤 기준에 따라 법전의 내용을 구분했을까요? 바로 조정의 여섯 부처인 '육조(六曹)'를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구분했었습니다.


-이전(吏典)

-호전(戶典)

-예전(禮典)

-병전(兵典)

-형전(刑典)

-공전(工典)


이렇다 보니 법조항도 각 부서의 담당 업무에 맞춰 채워져 있습니다. 실제로 경국대전의 파트별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경국대전 이전은 '이조'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법이 적혀있는 파트로서 전체 29개 항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조는 지금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와 같이 문반인 관리의 인사권을 관장하는 부처였는데요, 이 때문에 이전의 내용 또한 내명부(內命婦)·외명부(外命婦)의 조직과 품계, 중앙과 지방의 관서(官署) 조직과 관직(官職)·관품(官品) 체계, 문신(文臣) 관료의 임용과 인사(人事) 행정에 관련된 규정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그 외에도 사망한 문관에 대한 추증(追增)·시호(諡號)를 어떻게 내리는지, 휴가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관원 간의 상피(相避, 혈연 등으로 사적 친분이 있는 관리끼리는 같이 일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제도)는 어떻게 하는지, 향리(鄕吏)는 어떤 관리인지 등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경국대전 이전 '급가' 항목에는 수령이 휴가를 쓸 수 있는 조항이 나와있는데요,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수령(守令)에게는 근친(覲親, 신부가 혼인 후 친정 부모를 뵈러 가는 일), 병친(病親, 부모가 편찮을 때 뵈러 가는 일), 소분(掃墳, 경사로운 일이 있을 때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돌보고 제사를 지내는 일), 망처(亡妻)의 귀장(歸葬), 망처부모(亡妻父母)의 귀장, 자식의 성혼(成婚) 등 6건의 사유 이외에는 휴가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경국대전 이전, 급가, 수령-


다시 말하면 수령은 '개인 사유'로는 쉴 수 없었다는 것이죠. 뭔가의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조항입니다.


다음으로 경국대전 호전은 저번 글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가장 먼저 쓰인 파트인데요, 지금의 기획재정부와 같이 국가재정을 책임지는 '호조'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법이 적혀있는 파트입니다. 총 30개 항목으로 분류돼 있는데, 전근대 국가 경제의 근간인 호적(戶籍)과 토지 제도, 조세 제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또한 이와 연관된 창고(倉庫)·조운(漕運)·회계(會計) 등에 관한 내용도 있으며, 관리의 녹봉, 권농(勸農), 어염(魚鹽)·양잠 등의 기타 산업, 토지·가옥의 매매 등에 관한 내용 역시 호전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례로 토지나 노비의 매매에 관한 조항은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전지(田地)와 가사(家舍)의 매매는 15일을 기한으로 하여 〈15일이 넘으면 문서를 올려〉 물릴 수 없고, 모두 1백일 안에 관아에 고하여 입안(立案)을 받아야 한다. 노비에 대해서도 같다.
-경국대전 호전, 매매한, 전지가사매매···1-


다음으로 살펴볼 파트는 경국대전 예전입니다. 전체 61개 항목으로 나뉘어있는데, '예조'는 지금의 외교부, 교육부와 같이 교육과 외교, 예법 등을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인데, 이 때문에 예전의 내용 또한 학교 제도와 과거제(科擧制)등 교육에 관한 내용, 대명(代明) 및 대일(對日)·대여진(對女眞) 외교 의례 등 외교에 관한 내용, 오복제(五服制)에 근거한 친족 제도, 국가와 왕실의 각종 의례(儀禮)와 같은 예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이에 더하여 중앙과 지방 관서에서 사용하는 각종 공문서의 서식(書式) 등에 관한 규정도 나와있습니다. 일례로 경국대전 예전에는 과거시험 중 문과시험을 여는 주기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3년마다 1차례씩 과시(科試)를 시행하되, 전년 가을에 초시(初試, 과거 1차 전형)를 시행하고 그해 초봄에 복시(覆試, 과거 2차 전형)와 전시(殿試, 과거 최종 전형)를 시행한다.
-경국대전 예전, 제과, 3년1시-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도 피가 말리는데 3년에 한 번이면 과거응시자들의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경국대전 병전은 '병조'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법이 적혀있는 파트로서 전체 51개 항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병조는 지금의 국방부처럼  군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데요, 그렇다 보니 병전의 내용 또한 중앙의 무반(武班) 관서들의 조직과 직무, 진관체제(鎭管體制)에 기초한 지방 군사 조직, 무과(武科)에 관한 각종 규정, 무반 관료에 대한 인사 행정, 군역(軍役) 제도, 번상(番床) 규정, 역마(役馬) 제도, 성보(城堡)·군기(軍器)·병선(兵船)·봉수(烽燧) 등에 대한 규정이 적혀있습니다. 특히 병전이 이전과 차이를 갖는 것은 '무반의 조직과 직무'에 관한 내용이 있단 점인데요, 앞서 말했듯 이조는 '문반'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반면, 병조는 '무반'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병전에는 과거시험 무과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초시(初試)의 원시(院試)는 훈련원(訓鍊院)에서 녹명(錄名)하여 시취(試取)한다. 선발 정원은 70인이다. 향시(鄕試)는 병마절도사가 차사원(差使員)을 정하여 녹명하여 시취한다. 선발 정원은 경상도 30인, 충청도와 전라도 각 25인씩, 강원도·황해도·영안도·평안도 각 10인씩이다.
-경국대전 병전, 시취, 무과식년-


그다음으로 살펴볼 경국대전 형전은 '형조'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법이 적혀있는 파트로서 전체 28개 항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형조는 지금의 법무부와 같이 법의 집행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데요, 이에 따라 형전의 내용은 각종 소송 및 재판의 절차, 여러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 내용, 노비(奴婢) 제도에 관한 각종 규정으로 이뤄져 있고, 부록으로 노비 소송에 관한 내용이 함께 있습니다. 처벌에 관한 내용이 있다 보니 형벌을 집행하지 않는 '금형일(禁刑日)'에 대한 내용도 나와있는데요, 경국대전에 따르면 다음에 해당하는 날에는 형벌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각 아문에서는 대전(大殿)의 탄일(誕日)과 왕비의 탄일, 왕세자의 생신, 대제사(大祭祀) 및 치재일(致齋日), 삭망(朔望), 상현(上弦)인 날과 하현(下弦)인 날, 정조시(停朝市)를 하는 날이 될 때마다 고신이나 결벌(決罰)을 행하지 않는다. 대전의 탄일에는 그 전날과 다음날 각각 하루씩까지도 아울러 그렇게 한다. 이상의 항목에서 든 각 날짜 및 24절기, 비가 개이기 전, 밤이 새기 전에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
-경국대전 형전, 금형일, 각아문물행고신결벌-


마지막으로 살펴볼 파트는 경국대전 공전입니다. '공조'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법이 적혀있는 파트로서 전체 1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공조는 지금으로 따지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의 부처가 합쳐져 있는 부처로서 교통, 항만, 산림 등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입니다. 그렇다 보니 공전의 내용 또한 도로와 교량(橋梁)에 관한 규정, 궁궐·관청·도성(都城)·역참(驛站) 등 각종 건물의 관리와 보수에 관한 규정, 수레와 선박에 관한 내용, 각종 나무의 재배·관리에 관한 규정, 도량형(度量衡)에 관한 규정, 서울과 지방의 각종 공장(工匠)들에 관한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경국대전 공전에는 도성 안에 있는 도로의 규격, 관리주체 등에 대해서 적혀있기도 합니다.


도성(都城) 안의 도로와대로(大路)는 너비가 56자〔尺〕이고, 중로(中路)는 너비가 16자이며, 소로(小路)는 너비가 11자이다. 양 옆의 도랑〔水溝〕은 너비가 각각 2자이다. 영조척(營造尺)을 사용한다. 만약 도랑을 점거하거나 파내거나 오물을 버리는 자가 있으면 해당 부(部)의 관리와 관령(管領)을 모두 죄준다. 하천·연못·성벽은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 나누어 맡기고 장부를 비치하여 살펴서 지키게 한다. 도랑〔溝渠〕과 다리〔橋梁〕는 공조(工曹)와 한성부(漢城府)에서 살펴 수리한다.
-경국대전 공전, 교로, 도성내도로-


<참고문헌>

『경국대전』

우리역사넷 > 한국사연대기 > 경국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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