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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Apr 20. 2024

꼰무원님~하이!

스무 번째 꼰무원들

공무원은 급수별로 호칭이 정해져 있는데요. 5급 이상은 '과장님', 6급인데 팀을 맡고 있으면 '팀장님', 6급으로 갓 승진은 했지만 아직 팀을 맡지 않고 있다면 '계장님', 7급 이하는 '주임님'입니다. 서울 구청기준으로 기관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저를 다른 사람들이 부를 때 '러키승 주임님~' 이렇게 부릅니다. 어느 조직이나 서열별로 호칭을 정한 건 매한가지겠죠.


요즘 사무실에서 굉장히 거슬리는 젊은 남자직원 A와 B가 있는데요. A는 자기보다 어린 여자직원을 주임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 씨'라고 부릅니다. A와 같은 나이의 B는 신규 여직원이 귀염뽀짝하다며 '뽀짝이'라고 불렀다가 당사자인 신규여직원의 직접적인 항의에 깨갱 하며 쭈그려 들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꼬숩다고 생각했죠. B와 달리 A를 제재하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근데 이상하죠. 어린 남자직원은  '주임님'인데 어린 여자직원은 '~씨'네요. '~씨'라고 불리는 신규 여직원들은 아직 아무것도 몰라서인지, 아님 A가 무서워서 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나 봅니다. 저 또한 A의 성격이나 행동으로 봐서 말 섞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자' 를 자기보다 밑으로 보는 속내가 드러나 보여서 씁쓸합니다. 호칭이라는 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르고 듣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사람들 간 관계에 영향을 많이 끼치죠. '과장님'이라는 호칭은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니까 좀 더 잘 보여야 된다'라는 생각을, '주임님'이라는 호칭은 '나랑 비슷한 레벨이니까 굳이 잘 보일 필요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머리에 꽂아주죠.


삼성전자는 작년에  호칭을 수평적으로 바꿨는데요. 회장님 전무님 할거 없이 모두 '~님'이나 영어 이니셜로 부르는 겁니다. 이재용 회장은 '재용님' 이나 ''JY'로 불리는 거죠. 위아래 없이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하고 소통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부서 과장님한테 'OO님'이라고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과장님은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직원들이 자기한테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농담도 하면 좋아하시거든요. 반면에 꼰무원 꼰대 과장님이라면 다르겠죠. 어색하고 기분이 나쁠 거예요. 하지만 적응하면 오히려 본인이 가지고 있던 꼰대 마인드에서도 벗어나게 되고 직원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될 겁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사가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라는 존중은 기본으로 깔고 불러야겠죠.


하지만 수평호칭이 부작용도 있습니다.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는 조직의 책임이나 역할이 모호해 질수 있고 그럼 의사결정과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겠죠. 어렵네요. 조직을 내맘대로 막 바꿀수도 없고 말이죠. 10년 뒤에나 실현이 될라나요. 꼰무원들 모두 퇴직하고 모두 사라졌을때요. 그때는 제가 꼰무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평호칭! 나는 반댈세!

상사에 대한 생각(삼성vs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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