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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 12화

편지

-by simjae

by 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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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유현숙



바람 불고 나뭇가지에 걸린 하늘이 한층 푸르러서야 가을이 가는 것임을 압니다

울어 퉁퉁 부어오른 눈두덩처럼

여름날 장마아래서 강바닥은 물이 불고

그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는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하늘밑으로도 흐르는 강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조약돌이 물에 잠기고 다시 마르는 한 낮

가을 햇살에 걸려 넘어지는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 사람 지금 강 건너 밭고랑에 엎드려 통밀씨앗을 묻고 있습니다

겨울 가고 머지않아

언 땅을 밀며 통밀 싹은 나오겠지요


하늘이 걸린 빈 가지 사이로 강물 한 줄기 끌어옵니다

강물 줄기가 바알갛게 산감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가고 있음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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