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재 Oct 01. 2024

Here I wait for you

simjae



 Here I wait for you               



새떼들은 누렇게 익은 풀숲 위를 날고 개울물은 잦아든다 

이제 눈이 오리라

들불 연기 매캐한 밭둑에 앉아 등 굽은 노인이 연초를 태운다

당나귀 두 마리가 배추밭을 다 밟았다며 

노인은 연초를 물고 궁시렁댄다

짐승들의 오줌 냄새가 밭고랑 마다 흥건하다     


오는 밤중에라도 맞아들일 것이 운명인가 하고 생각하는 동안

이삿짐 더미, 아무거나 뽑아 든 책갈피에서 여자와 

시인의 이름이 집혀 나왔다

오늘이 쓸쓸한 것에 대하여 내일은 더욱 쓸쓸해 질 것에 대하여

마음을 닦는 저녁

삶이 어떻게 사람을 감동시킬 것인가     


다리 아래로 등 굽은 노인이 천천히 내려서고

나는 다시 청학리 들판을 덮는 눈발과 등이 어두운 당나귀를 생각한다                     

이전 07화 봄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