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아빠장꾸아들따뜻엄마의 발리 한달살기] D 20~21, 1004~05
호텔에서 여유로운 주말을 맞았다. 처음으로 별다른 계획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호텔에서 그저 푹 쉬기로 했다. 5성급 고급 리조트는 아니지만 호캉스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토요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크고 긴 수영장에 갈 준비를 마쳤다. 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웬일로 거절했다. 침대에 빈둥거리며 누워 유튜브를 보는 아들이 '다음에'라며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전날 스노클링의 피로가 다 가시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혼자서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길이 100미터의 수영장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발리에 와서 처음으로 수영다운 수영을 하는 기분이었다. 약간씩 방향을 틀어야 하고, 폭도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 수영장이다. 즐기며 네 번을 왕복하니 30분이 지났다. 깊이도 최대 4미터까지 다양하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깊은 풀장에서 덕다이브 연습을 하며 더 놀았다.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개운하고 포근한 느낌이 휴식으로 다가왔다.
가족이 다 함께 수영장에 들어선 것은 다음 날인 일요일이다. 아들은 그동안 배운 수영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다며 제법 괜찮은 킥을 선보였다. 겁내지 않고 수영장 여기저기를 오갔다. 구명조끼를 입은 뒤에는 더 날뛰었다. 2미터 깊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록 킥은 자전거 타기처럼 변해버렸지만 속도는 살아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수영 수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바다에서도 수영장에서도 아들은 물과 점점 더 친해지고 있다.
묵고 있는 호텔은 테니스 코트 한 면을 가지고 있다. 체크인 때부터 비는 시간을 예약해 뒀었다. 혼자 코트에 들어섰다. 같이 칠 사람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몇 개 안 되는 공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브를 연습했다. 나는 6개월 차 테린이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테니스의 재미에 푹 빠진 상태다. 사누르에서 지낼 때도 아들이 어린이집에 있을 시간에 레슨을 예약해 테니스를 쳤었다. 역시 서브 연습을 가장 많이 했다. 발리표 서브를 완성하고 싶었지만 실패다. 그래도 '팡' 하고 공이 제대로 맞는 소리와 함께 땀을 흘린 것으로 족하다. 스쿠버다이빙에 스노클링과 테니스까지, 여러 취미가 한 달 살기의 재미를 더해줬다.
발리식 치밥의 발견
식사도 호텔 식당이나 주변에서 해결했다. 가장 가까운 KFC가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햄버거보다 치킨과 밥을 함께 먹는 메뉴가 더 일반적이다. 치밥이다. 밥에 소스를 살짝 얹어서 먹는 맛이 쏠쏠하다. 아들은 밥에 김가루를 뿌려 잘 비벼 먹었다. 치킨도 밥반찬 느낌으로 좀 더 짭조름했다. 햄버거도 한 번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괜찮은 빵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KFC는 두 번을 찾았는데, 두 번째는 세 식구 모두 치밥을 먹었다.
크게 에너지를 쓰지 않고 주말을 보냈다. 이제 우리는 덴파사르를 떠나 우붓으로 이동한다. 한달살기의 막바지, 가장 필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다음에'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였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을 불태울 힘이 충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