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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Oct 23. 2024

아들과 손주에게 귀한 장어를 제대로 먹여야 한다

택배를 받을 때마다 보내주신 분께 잘 받았다는 연락을 꼭 하는 분 계실까요?

물론 내가 구매한 경우 말고.


가족, 친척, 친구 등이 택배를 보냈을

잘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네, 예의요.

어느 정도까지 지키는 게 서로에게 지, 암묵적으로만 알고 각자에게 모두 다른 규범이요.


누군가는 "택배를 받았다는 연락을 왜 해?"라고도 할 수 있고,

누군가는 "어떻게 택배를 받고도 연락을 안 할 수가 있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택배를 잘 받았다는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음이

'어른을 무시하는 행동이고, 호되게 혼나야 하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해요.


하필이면 연락의 중요성을 잘 몰랐던 사람이 며느리이고,

연락을 중요시했던 분이 시어머니라는 게 문제였지요.




시어머님께서는 먹거리 챙기시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시아버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젊으셨을 때 손수 집 옥상에서 양봉을 하실 정도였어요.

로열젤리를 아버님께 드리기 위해서요.


그 정성을 며느리가 반 만이라도 따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저는 건강식품을 그다지 챙겨 먹지 않는 편이었고요.


시댁에 갈 때마다 시어머님께서는 몸에 좋다 하는 음식들을 챙겨주셨고,

가끔은 어머님께서 먹거리를 택배로 보내시기도 하셨지요.


"양약 비타민 먹는 것도 좋지만서도, 아범하고 아아들은 챙겨 믹이야 한다."


시어머님께서 챙겨 주시는 반찬 덕분에 랑과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밥상을 차려줄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요.


아들과 손주의 건강이 늘 걱정된다 하시는 어머님의 염려가 조금 버겁기도 했지만,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건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출처: Pinterest Dribbble


시어머님께서 장어를 보내주신다는 연락을 하셨을 때에도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비싼 장어를 자마자 냉동실에 바로 넣었다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타박을 듣기 전까지는요.


그기이 얼마짜리 짱어인지 아나!

받자마자 냉동실에 넣고 전화를 줘야
내가 안심할 거 아이가!

아아한티 귀~헌 짱어를 믹이야 하는데,
니는 으른이 기다리는 건 생각도 안 하나!




제가 조금만 덜 예민한 사람이었으면 참 좋았겠다 합니다.


시어머님의 목소리가 조금만 작았다면 좋았겠다 합니다.


남편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너 먹으라고 주시는 것 같아? 다 애들 챙겨 먹이라고 주시는 거 아냐.

얼마나 제대로 안 먹이면. 으이그!"

리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장어를 받아서 냉동실에 잘 넣었다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어른들에 대한 예의도 모르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차려주지 않는

형편없는 아내, 몹쓸 며느리라고 확대 해석하지 않았다면 참 좋았겠다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화가 나서 하는 말에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들 유난이신가'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면,


퀴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면,

아니 그냥 평소처럼 눈물 꿀꺽 삼키고 지나 보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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