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May 19. 2019

베트남에서 회사 다니지 않는 삶을 준비하다

취준생이 아니라 퇴준생

베트남과 호치민에 정착하느라 아등바등했던 시간들이 어느 정도 지나고 이제 여기 온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에서처럼 출퇴근과 가끔의 여행에 조금씩 익숙해질 때쯤, 우리 부부는 이 곳에서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삶을 준비하기로 했다. 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고, 회사 없이 삶을 영위하는 법을 고민 중이다. 


퇴사하던 날

한국에서는 회사를 그만 둘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회사 외의 대안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삶을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났다. 게다가 우리 모두 각자 일하느라 바쁘고, 서로의 일을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기 온 다음부터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갈래의 길을 생각해 보게 됐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해 보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꼭 회사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걸까. 이렇게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평생 회사를 다니면서 살 수 없다. 


이제까지 나나 우리 남편은 성실하게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자마자 직장인으로 일했고 "사무직"으로 보내는 삶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다. 둘 다 최소 6-7년 이상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삶을 살았으니... 무슨 이유에선지 우리 둘은 한국에서는 회사에서의 내 가치를 올리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에 온 몸을 내던지거나, 주말에도 남은 일을 처리하거나, 하다못해 좀 더 그럴싸한 일을 해 보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지금 와서 그 시간들이 아깝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소속이 사라진 나와 회사 생활에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남편은 요즘 회사가 아닌 다른 선택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선배들 세대만 하더라도 '자기 계발'하면 자격증, 영어 시험 같은 것들을 준비했던 듯하다. 물론 그것도 의미 있지만 계량화된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보다 우리는 능력치를 하나씩 추가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나중에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적어둔 것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평가한다. ("그거 이미 하는 사람 너무 많은 거 아냐?", "그걸로 뭘 더 할 수 있겠어", "차라리 일이나 열심히 해" 등등) 그렇지만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남들 다하는 걸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거랑 전혀 할 줄 모르는 건 천지차이일 테니 말이다. 처음에는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고 조금씩 가능성을 타진해 본 다음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코딩하는 남편, 글 쓰는 아내

남편은 최근에 온라인 코딩 스쿨을 등록했다. 한국에서부터 코딩을 배우겠다고 한참 얘기했지만 이래저래 미루다가 드디어 시작한 것. 요즘 워낙 세상이 좋아져서 온라인으로도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할 수 있다. 본인 피셜 원래 이 분야에 관심도 있고 해 본 경험도 있다 하니 믿고 지켜보는 중이다. (그나저나 요즘 코딩 잘 되어가나?)


나는 브런치를 포함해 다양한 플랫폼에 글을 쓴다. 처음에는 일기장처럼 내 생각을 아무렇게나 (....) 끄적였다. 글로 쓰는 동안 복잡한 내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라. 이제는 내 글에 담긴 정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겠구나 싶어서 읽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브런치(Brunch) 

이 글이 담긴 브런치는 독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된 (...이라고 말하니까 스스로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다) 작가들이 쓴 양질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주제도 다양하고, 브런치에서 추천해 주는 글만 읽어도 시간 순삭. 또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여기서 양질의 글을 읽었으니 최대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책을 내고 싶어 지면 여기에 있는 글들이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갑분) 독자분들 늘 감사드립니다! 


#인스타그램

처음에는 내 개인 인스타그램에 호치민에서 다니는 장소 얘기를 쓰다가 피드가 너무 뒤죽박죽 되는 통에 계정을 분리했다. 이제는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꼼꼼히 사진을 찍고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을 남기려 노력한다. 호치민에 여행 오거나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꾸준히 업로드 한 덕에 따로 광고를 집행하지 않아도 팔로워가 꽤 늘어서 뿌듯하다. (700명 돌파!) 


#네이버 블로그

이건 오롯이 나의 수익을 위해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불순한가?) 사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 모두 노출과 인터랙션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이상의 무언가는 아직 없는 듯해서 돈을 어떻게 벌어볼까 하던 찰나 "애드포스트"라는 걸 보고 내가 쌓아온 콘텐츠를 네이버 블로그에 옮겨 보기로 했다. 


*애드포스트: 네이버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한 블로그는 특정 영역에 광고주들의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 여기서 블로그 소유자는 광고 영역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 


처음에는 그냥 복사/붙여 넣기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브런치보다는 좀 더 검색어에 집중해서 글을 각색하는 중이다. 매일 하나씩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한 번 흐름 끊기니까 요새 또 잠잠... 생각난 김에 오늘 몇 개 적어놔야겠다. 언제쯤 내 블로그에 광고를 달 수 있으려나... 


요리하고 레고 조립하고 생리대 얘기하는 남편, 영상 편집하는 아내

그다음 우리가 또 열심히 하는 건 유튜브(YouTube)다. 요즘 워낙 다들 유튜브는 많이 하고, 또 많이 보고 있어서 내가 채널 운영을 한다는 게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왕 해외 생활하고 있는 거, 그 장점을 좀 살려보기로 했다. 


좀 슬픈 건 아직 이거다 싶은 콘텐츠를 잡지는 못해서 일단 생각나는 대로 하고 있다. 남편이 요리를 좋아해서 쿡방도 해보고, 얼마 전에 싱가포르 가서 사 온 레고 언박싱도 해보고, 또 7년째 생리대 만드는 남자니까 생리대 얘기도 좀 해 보자 하는 정도! 


촬영은 내 아이폰, 편집은 아이패드 프로로 한다. (!!)


처음에는 제대로 촬영하려고 오즈모 포켓도 사고, 남편이 편집하라며 파이널 컷 프로도 챙겨줬는데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슈퍼카 핸들 잡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고 감 익힌 다음 촬영 장비에 편집 프로그램 제대로 써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오즈모 포켓은 1달 쓰고 팔았음.


#유튜브 (지금 거의 베타 테스트 수준...) 




책 <레버리지> 중, 카페에서 읽은 건데 누가 밑줄을...

최근에 우연히 <레버리지>라는 책을 읽었는데 바로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고 효율이 나지 않는 일은 버리거나 남에게 위임하라고 말한다. 


여기는 베트남이니까 무언가를 남에게 위임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집안일을 메이드에게 맡기는 것부터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집으로 오는 개인 교사를 고용하거나, 더 나아가 내 모든 잡일을 대신해 줄 비서를 찾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절약한 시간에 내게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 그리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있는 동안 회사 외의 길을 찾으면 다행이고, 설령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이 과정 자체가 우리 부부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을 듯하다. 


(+) 전업 블로거나 유튜버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이걸 하면서 다른 방향을 생각해 보겠다는 뜻! 구구절절했지만 한 줄 요약 완료... 



이전 06화 살려고 시작한 운동, 일상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