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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Feb 14. 2018

안 쓰려다 쓰는 아침 이야기

열아홉 번째 일기, 2월 13일 

보통 7시 반에서 8시쯤 발 밑에서 도미가 부스럭대는 기척에 일어난다. 옆에 누운 남편을 팡팡 치면서 "도미 밥 줘~"라고 하면 남편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도미 사료를 촤르륵 하고 부어준다. 그 사이 도미는 호로록 달려가서 밥그릇 앞에 앉아있다. 귀여운 녀석.

도미가 밥 먹는 사이 나는 출근 준비를 한다. 보통 전날 깨끗하게 씻기 때문에 아침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들인다. 양치질하고, 물 세안하면 끝. 머리도 댕강 잘라버려서 머리 손질도 빗질 몇 번하면 끝이다. 나는 화장도 거의 하지 않는다. 기초 몇 가지 바르고 선크림, 파운데이션, 틴트가 끝이다. 회사에서 옷차림과 화장 상태 고나리질을 안 하니 참 다행이다.

남편하고 집을 나선 다음, 같이 차를 타고 3분쯤 가다가 나는 동천역에 내린다. 걸어오면 10분 이상 걸릴 시간인데 차를 타면 금방이다. 몸은 자동으로 강남행 플랫폼으로 향하고, 지하철이 오면 차에 올라탄다. 9시 출근을 한 후로부터는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게 싫었지만 그래도 퇴근을 빨리 하는 게 더 좋다.

딱 두 정거장 지나서 판교역 도착. 몸에 프로그래밍한 것처럼 자동으로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셔틀버스 줄에 합류한다. 판교역에 내리면서부터는 온통 줄 서서 걷는 일뿐이다. 셔틀버스는 금방 나를 회사로 데려다주고, 사무실에 도착한다.

9시 출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사무실과 카페가 고요하다. 이 시간에는 역시, 잠시 빈둥거리는 게 최고다. 따뜻한 커피가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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