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새벽을 맛본 자 있는가

by 맨부커

새벽을 맛본 자 있는가

풀벌레 울음 속에 숨겨진 기도를

들어본 자 있는가


어느 일류 호텔의 조명도

따라오지 못하는

빛과 어둠의 경계가 있다


감사라는 말이

입술보다 먼저 심장에서 피어오르고

숨결마다 생명력이 스며들어

피의 흐름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강가의 오리 날개는

물빛을 찢으며 자유를 그린다

수풀 냄새는

밤새 피워낸 지구의 숨결을 전한다


어둠은 서서히 눈을 뜨고

하늘과 맞닿은 산은

첫 빛에 얼굴을 붉힌다

구름은 바람을 타고

세상 가장 먼 여행을 떠난다


저 멀리

그라운드골프를 즐기는 노년의 웃음이

바람 속에서 맑게 부서진다


이 모든 것이 새벽 속에 있다

나는 그런 새벽을 사랑한다

어제의 먼지를 털어내고

오늘의 첫 발을 내딛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순간

그 순간에 나는 머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