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마주하는 시간
퇴근 후 방에 들어서면,
새벽에 눈을 뜨면,
그 시간은 늘 나에게 많은 감정과 생각을 불러온다.
때로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를 낯선 감정들과 마주한다.
마치 저 밑바닥에 굳어 가라앉은
자몽 에이드의 찌꺼기처럼,
내 안에 용해되지 못한 상처와 파편들이
여유의 틈만 보이면 어김없이 나의 시간을 휘젓는다.
나는 이제 그 감정들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 한다.
묻고, 대화하고, 이해하려 한다.
내 안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산다.
걱정, 분노, 미움, 피해의식, 짜증, 답답함, 정체된 느낌, 오기, 갑작스러운 술과 담배의 충동까지.
그러나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들도 함께한다.
열정, 의욕, 창조의 욕구, 글쓰기에 대한 갈망,
자기만족과 성취감, 책임감, 셀프 리더십,
그리고 살아 있는 에너지.
이 둘은 모두 나의 것이며,
나와 함께 살아갈 그림자이자 빛이다.
그러나 오십을 앞둔 지금,
불필요한 것들은 쓰레기 분리수거하듯 내려놓아야 한다.
내 안을 정갈히 비워내야 한다.
결국 감정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
삶을 다스린다는 건 곧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감정은 생각으로만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환기시켜야 한다는 것을.
불평보다는 계단 오르기,
분노보다는 5킬로 달리기,
짜증보다는 시원한 샤워 한 번,
걱정보다는 글쓰기,
피해의식보다는 독서 한 시간.
오늘도 나의 내면은 선과 악이 공존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선택한다.
부정보다는 긍정을,
악보다는 선을,
나는 나를 위해 당당히 고른다.
별거 아니다.
오늘도 나는 행복을 선택했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