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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든 Sep 18. 2023

보고 배운다는 말이 무서워 또 다른 엄마를 만났다

또 다른 아이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이와 소통하는 일에 자신이 붙었다고 해야 할까. 시간표에 따라 다르게 살고 있었는데 운 좋게 여유가 조금 더 나는 일상을 얻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다 적당한 말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픈 구석에 있었다.

나중에 너랑 똑같은 딸을 꼭 낳아보라고. 엄마는 나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소리쳤다. 나도 엄마가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나중에 엄마랑 똑같은 엄마를 꼭 만나보라고 할 수 없었고 나 같은 딸이 엄마에게 어떤 딸인지 알 수 없었으며 훗날 지금의 나처럼 상처받는 존재가 한 명 더 생긴다는 게 두려웠다.

그 존재가 나의 딸이라는 걸 곱씹다 보면 엄마인 내가 상처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됐다. 그건 내가 엄마 같이 된다는 말이기도 해서 미래가 끊어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미래를 막을 수 있을까. 애틋한 사랑에 필사적이었고 직접 꾸린 가정이 당연했던 나의 미래는 엄마의 그 말 한마디에 의문을 더했다.

보고 배운다는 말이 문제였다. 타인은 안온한 나의 일상에 불쑥 끼어드는 가능성이었고 그건 즐겁거나 불편하거나 이해하기 전까지 당황스러웠다. 대안이 필요했다. 그게 없으면 진땀 나는 순간에 보고 배운 걸 그대로 전달할 것 같았다. 엄마도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대안이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 대가는 딸인 내가 치렀다. 상처주는 매개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른 걸 보고 배우고 싶었다. 좋은 걸 보고 배우고 싶었다. 유민이와 유민이 엄마를 보면서 그런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자세히 보고 예쁘게 말하고 상상해 듣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미래의 딸과 서로의 윤곽을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싶었다. 상처 주는 존재가 되어 상처받는 존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관계로 가족을 이루어 평생을 얽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비장한 각오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났다. 어느새 종율이 엄마를 만나 그의 집에 함께 가고 있었다. 공강이라 수업이 없는 낮이었고 우리는 언덕을 올랐다. 종율이 엄마의 배에는 훗날 ‘혜율’이라고 불릴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나를 다소 경계하는 듯 사려 깊게 배려하며 한 마디씩 건네는 종율이 엄마의 태도가 고마워 나도 훌쩍 나온 그의 배를, 너머의 아기를 헤아리며 언덕을 살폈다.

그때부터 나는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오히려 받을 것이 얼마나 클지 알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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