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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不眠)의 새벽

불면(不眠)의 새벽     


     

자다 깨어 앉았다

이리저리 돌아누워 보지만 더 선명히 깨어나는 의식에 잠들려고 애쓰는 것은 의미 없다 싶어 일어났다

밖은 두 번 다시 밝지 않겠다는 듯 어둠 한가운데에 멈춰 있고, 다시는 수면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선명함이 나를 일으킨다.

걱정은 첩첩 산을 연상케 한다. “이 산만 넘으면”이라고 스스로 속여 보지만 여전히 속지 않았으면서도 속은 것처럼 매번 탄식한다.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새벽의 적막도, 반복되는 상상도, 과장되게 커지는 문제들도.  

   

장마 끝자락에 질기고 끈적한 비가 내릴 즈음이다.

불면은 예고 없이 쓱 들어와서는 내 몸 구석을 익숙하게 헤집고 다니고 있다.     


리모컨을 쥐고 소파로 가 앉았다. 이리저리 목적 없이 돌리다 <세계 테마 기행>에서 멈췄다. 북유럽의 소도시가 이국적인 풍경을 활기차게 보여주고 있다.

‘저기서도 저기 나름의 고민들이 있겠지’

환한 표정의 그들을 뒤따라 삶을 좀 더 들여다보고 확인하고 싶어 진다.     


다시 적막한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 생각이나 나는 대로 내버려 둔다. 이러다 알람 소리에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겠지. 그럼 또 하루가 시작된다. 바뀐 건 없지만 어쨌든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겠지. 수십 년 동안 당연시 여겨왔던 잠이 나를 배신한다. 원인을 모르니 처방도 없다.     


이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으로 또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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