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자는 법
아이를 재울 때 우리 부부는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첫번째는 정해진 시간에 아이를 재우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기계가 아니니 오차범위가 있다. 매일 오후 7시 57분에 재운다 이런 목표는 세울수 없다.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오후 6시 30분에서 7시 30분에는 재운다는 것이 우리가 세운 원칙이다. 아무리 변수가 많아도 적어도 저녁 8시 이전에는 꼭 재우려고 했다. 세돌 이전에는 오후 8시 전에 자야 성장 호르몬이 충분히 나와 아이의 성장을 돕고, 더 숙면할 수 있다는 수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고려했다.
이를 위해선 오후 6시가 넘어가면 '곧 잘 시간'이라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줬다.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고 나면 불을 꺼서 어두침침한 상태로 만들었다. 아이가 예방 접종 했을 때 등을 제외하고는 매일 이 패턴을 유지했다. 따뜻한 물에서 목욕을 하고 나면 아이는 몸이 노곤해져 탕 속에서 눈을 비비거나 하품을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상태에서 불이 어두컴컴한 거실로 아이를 데리고 나와, 로션을 발라주며 기본적인 베이비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 다음으로는 자장가 사운드북을 들려주었다. 보통 30초정도 되는 자장가 노래를 5곡 정도 듣고 아이는 자신의 방에 자러갔다. 남편이 "이제 자러가자"고 아이에게 말하면 아이는 울지 않고 남편에게 그대로 안겼다. 나는 아빠에게 안긴 아이를 향해 "잘자"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아이는 나와 인사한 후 자신의 방으로 가 혼자 잠을 잤다. 가끔은 자장가 노래를 듣다 말고 아이가 먼저 꾸벅꾸벅 조는 일도 있었다. (날마다 잘자는 아이 1에서 밝혔듯 우리 아이는 절대 원래 잘자는 아이가 아니었다. 하루에 10번도 넘게 깨는 게 우리 아이였다.)
아이가 자다가 새벽에 깨 울더라도 방문을 바로 열고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 위해선 첫번째로 아이의 수면공간을 100% 안전하게 만들어야 했다. 아이 방은 아이 침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가구와 물건을 제거했다. 침대 주변은 단단하지만 푹신한 범퍼로 둘러주어 낙상의 위험도 사전에 차단했다. 아이가 울면 최소 5분은 기다리고자 했다. 부모가 아이 울음소리 5분 기다리는 것은 정말 고난이도다. 내가 이를 못참고 아이방에 들어가려고 하면 남편이 나를, 남편이 들어가려고 하면 내가 남편을 잠시 제지하며 5분을 참았다. 대체로 5분이 안돼 아이가 스스로 진정하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이 때를 못참고 아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면 오히려 아이의 수면을 완전하게 방해해 아이가 잠이 드는데 1시간 넘게 힘들어하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이와 여행을 갈 때면 아이가 평소 깔고 자는 이불과 덮고자는 이불을 반드시 챙겼다.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해 가구배치를 옮겨서라도 평소 아이가 자던 공간과 최대한 비슷하게 꾸미고자 했다. 여행을 가서도 수면 시간과 수면 의식은 동일하게 진행했다. 가끔 욕조가 없을 때는 샤워를 하면서 아이에게 말로 이를 설명했다. "오늘은 여행을 와서 욕조에서 목욕을 못하지만, 이 샤워가 끝나면 똑같이 우리는 불끄고 자는 거야." 또 이동시간은 아이 낮잠 시간에 맞춰 정했다. 여행가서도 아이의 패턴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이는 날마다 어디서든 잘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