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엔 Sep 23. 2024

해외에서 혼자 산다는 것

때론 의연함이 필요한 해외살이


(어려운 상황도 잘 이겨냈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던 우리집 발코니

나는 참 생소한 경험을 하곤 했다. 딱 3개월 있던 워싱턴 DC에서는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근처에 폴리스 라인과 경찰이 잔뜩 있던 적이 있었다. 때때로 그런 일이 있었다.




나의 일상에서 담은 홍콩

홍콩에서도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홍콩은 각 플랫 간 거리가 매우 좁다. 신축이어서 그랬는지 다행히 층고는 높았고, 희한하게 층간 소음이나 옆집 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 편은 아니었기에 앞집, 옆집 위치가 가까운 게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바로 앞집으로 이사 온 아저씨가 술에 취하면서 악몽은 시작되었다.


이사 들어오는 날에도 굳이 문을 열어두고 공사를 하면서 집에 들어가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게 왠지 섬뜩했는데 술에 잔뜩 취해서 도어록 비밀번호를 잊었는지 도어록을 뜯어내려는 듯한 소리와 발로 차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한 한 시간 정도 도어록을 두드리고 문을 발로 차다가 갑자기 번뜩 이 집이 아닌가 싶었는지 우리 집 도어록 번호를 누르다가 또 우리 집 문을 발로 차는 게 아닌가.


도어록은 이중잠금으로 돌려두었으나 그래봐야 도어록일 뿐이라 할 수 있는 게 벌벌 떠는 것 말곤 없었다. 그때 도움을 청하지 못한 건, 바로 인터폰을 하면 리셉션으로 넘어가나 단 한 마디도 영어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도 겨우겨우 어렴풋한 광둥어로 하는 마당에 영어로 설명이 될 리 없었고, 막상 전화기를 들어 설명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옆집에서 신고를 한 건지 곧 경찰이 왔고 그렇게 그날은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새벽부터 다시 아저씨의 주정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그냥 문을 두드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한 번 왔었는데 경찰이 오자마자 비밀번호가 기억났는지 집에 잘 들어가더니 약 10분쯤 뒤에 다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이상한 걸로 전체 복도 벽을 치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광둥어로 몇 시간이나 소리 지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약 한 시간 후, 한 아저씨가 참다못했는지 밖에 나와 언쟁을 벌였고, 곧 종결되는 듯하였으나 곧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고 약 한 시간 후, 경찰이 왔다. 그것도 약 10명쯤이나. 알고 보니 정말 칼을 휘두르던 게 맞았고, 정황 파악을 위해 경찰은 그 층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신원 파악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때가 새벽 3시 반이었다. 다행히 누가 다치거나 피해를 입진 않았다.


다만, 확실히 위험했던 상황임을 알려주듯 유리벽이 깨져있었다. 바로 다음날, 영어를 할 줄 아는 경비 아저씨가 본인의 개인 번호를 알려주며 새벽도 괜찮으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번호를 알려줬지만 결론은 나의 집주인만 사과를 받은 채 이상하게 사건이 종결되었다.


깨진 유리벽

아저씨는 너무 고마웠지만 나는 바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주변 동료들한테 녹음한 내용을 들려줬더니 차마 내용을 통역해 줄 수 없다며 그냥 잊으라고 했다. 정신을 놓고 협박하는 내용이라며 대충 얼버무리면서.

내용과는 무관한 평화로운 홍콩

이후,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조금은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조금은 주변을 경계하게 되었다.

이전 05화 나를 위해 남기는 기록, 브이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