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주 차
화제의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막을 내렸다. <흑백요리사> 1화가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장면이 있다. 백악관 만찬 셰프이자 세계적인 셰프인 에드워드 리가 소개되는 순간, 그를 바라보던 흑수저 요리사 '고기 깡패'의 반짝이는 눈빛. 자신의 꿈을 사랑하고 그 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롤모델을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나 빛이 나서 그 장면을 보는 나조차도 경이를 느꼈다. 비록 명성이나 경력으로서 봤을 때는 흑수저 셰프 중 하나였을지라도 그 꿈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만큼은 절대 흑수저가 아니었다.
<흑백요리사>를 보며 떠올랐던 프로그램이 있다. 작년에 티빙에서 공개됐던 디저트 경연 프로그램인 <더 디저트>. 출연자들 중에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파티시에도 많았지만 유독 박지오라는 출연자가 인상 깊었다. 화려한 경력은 둘째 치고, 파티시에 일을 하며 여러 부당한 경험을 많이 겪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저 디저트 만드는 게 좋아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더 디저트>에까지 출연하였으며 결국에는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디저트를 향한 꿈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고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은 누구보다 거대했다.
회사에서 평소에 일할 때 보면 그저 권태로운 눈빛으로 일하던 사람들과 가끔 기회가 되어 단둘이 길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 전에 옆자리 선배와 잠시 단둘이 조용히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선배는 자신은 원래 연극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흑백 배경의 일부로 보이던 사람이 그 순간에는 눈빛에서 잠시 반짝 빛이 났다. 그리고는 바로, 이제는 현실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며 나에게 이직을 하려면 대출을 하면 안 된다는 농담으로 그 대화를 넘겼다.
<흑백요리사>도, <더 디저트>도 보다 보면 자신의 꿈을 저렇게나 사랑할 수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유명세나 경력과는 상관없이 단단한 빛이 난다. 내 옆자리 선배처럼 누구에게나 자신이 진짜로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빛을 숨기고 흑백 영상의 한 배경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그 빛나는 순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