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4주 차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말이 살찌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부쩍 입맛이 돈다. 마른 체형인 데다가 워낙 먹는 거에 크게 관심이 없는 터라 식사를 대충 때우는 경우도 많아서 원래는 식비에 돈을 잘 안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제주 생활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매일매일을 거하게 특별한 음식을 먹는 건 아닐지언정 그래도 되도록이면 먹을 때 최대한 맛있는 걸 먹도록 하고 내가 요즘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지 종종 들여다보게 되었다. 요리에도 꽤나 흥미를 붙여서 채소 정기배송을 통해 건강한 식재료를 주기적으로 받아보며 가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회사 점심시간엔 원래는 주로 구내식당을 갔었는데, 구내식당 음식이 입맛에 안 맞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며 먹어야 하는데 나는 음식을 느리게 먹는 편이라 항상 내가 먹는 양만큼 먹기도 전에 수저를 놓아야 해서 점심을 먹어도 배가 고프곤 했다. 그래서 앞으로 점심식사는 혼자 먹겠다고 선언을 하고 얼마 전부터 샐러드 정기배송을 시작했다. 메뉴를 직접 고를 수 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메뉴에 알맞은 소스도 다양하게 와서 꽤 맛있고 든든하다. 아무튼 이제는 식사시간을 최대한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으로 맛있게 채워나가고 있다.
올해 9월 말까지도 기온이 꽤 높더니 어느 날부턴가 성큼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여름이 아주 무더웠던 만큼 올 겨울도 강추위가 될 거라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래서 금방 겨울이 올 줄 알았는데 추워질 듯 말 듯하며 가을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나한테만 여전히 가을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 가을은 선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