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내가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나는 호불호가 뚜렷하고 선명한 사람처럼 느껴졌었는데 아직 나의 호불호를 잘 모르겠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음악 취향이라든가 좋아하는 음식 같은 것들. 어쩌면 뚜렷하게 좋고 싫음이 있는 부분들 빼고는 전부 다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호불호를 모르겠다기보다는 내가 문외한인 분야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나를 잘 모르겠다는 이 사실이 우울한가? 그건 아니다. 아직 나에 대해 알아갈 것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직 세상에는 배우고 알아갈 것들이 넘쳐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늙어서도 지루하진 않을 것 같다. 역시 제일 걱정되는 건 늙어서 모든 걸 다 알면 지루할까 했던 거였는데.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