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주 차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선선하다 못해 제법 쌀쌀하다. 그런데 낮에는 여전히 더워서 옷을 맞춰 입기가 애매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데다가 추위보단 더위를 타는 사람이라 두껍게 입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쌀쌀해서 몸이 움츠러드는데 문득 귀에서 익숙한 발라드가 들려오면 잠시 따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원래 나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신나는 음악 듣는 인간이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발라드가 유행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발라드는 너무 처지고 우울하다고 느껴져서 4계절 내내 신나는 음악, 주로 경쾌한 밴드 음악을 들었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있는 동안 발라드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밤마다 모닥불을 피워두고 '불멍'을 했는데 뭔가 허전해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노래를 들었었다. 그리고 스피커에 항상 연결하여 노래를 틀어주던 친구는 발라드 파였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원래라면 더더욱 발라드를 피했을 그 시기에 발라드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게 매일 듣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가? 발라드가 꽤 귀에 걸리는 것 없이 편하게 들린다는 걸 느꼈고 그중 몇몇 발라드는 좋아하게 돼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뒀다.
가끔 저녁에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퇴근하다 보면 다시 그 발라드들이 떠올려 재생시킨다. 그러면 옷을 얇게 입고 있어도 마치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음악에도 온도가 있는 걸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