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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Jun 12. 2024

전화벨에 가슴이 울리면

올 것이 왔다. 

요즘 학교에서는 앱을 이용한 알림 서비스를 주로 사용한다. 

예전처럼 가통 (가정 통신문)을 사용한 것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앱으로 알림이 오면 회신을 하고, 

알림장이나 전달사항도 이 알리미라는 앱을 이용하여 알려준다. 


선생님마다 선호하시는 앱이 따로 있기에,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3가지의 앱을 사용하게 된다. 

쏟아지는 알림 속에서 놓치지 않고 회신하고, 알림장을 확인하는 것은 엄마로서 꼭 해야 할 일이다. 


요즘 앱들은 알림 서비스뿐 아니라, 문자와 전화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선생님의 일정에 맞추어 예약 발송도 가능하고 서로 전화번호를 굳이 알지 않아도 통화가 되니 참으로 편리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아침에 급하게 병원을 갈 일이 있거나 할 때에도 간단히 하이톡, 클래스톡 등을 보내서 알려 드릴 수 있으니 간단하고 편하다. 


'하이톡 전화입니다.'

몇 년 전부터 내 전화는 늘 진동으로 되어 있다. 전화벨 소리만 울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인데 오늘은 낯선 앱에서 알림이 온다. 

5학년 큰애 담임 선생님의 전화다. 


아주 짧은 찰나지만 나에게 온갖 일들이 머릿속에서 영화로 펼쳐져 가며 조용히 통화 버튼을 누른다. 

조심스러운 서로의 목소리 

"학교에서는 잘 지내고 있는데... " 

라는 선생님 말씀에 학폭과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국어랑 수학 때문에요."

순간 안심이 된 것은 나 혼자였을 것이다. 

괴롭힘을 당하거나 괴롭히는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한번 안도한다. 


"인지 치료는 받고 있나요?" 

5학년이 되고 시작된 통분과 분수의 굴레. 학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만이 나의 목표였는데 그것마저 잘 안되고 있나 보다.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조언에 , 위클래스 선생님과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끝내고 옆에 있는 각종 느린 학습자 책들을 눈으로 훑는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느껴지는 순간. 몰려오는 우울과 무기력감. 엄마로서 뭘 해줘야 할지 어떤 길을 찾아야 할지.. 주기적으로 부딪히는 벽 앞에선다. 


일반 아이들처럼 소위 로드맵이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adhd 엄마는 오늘도 좌절하고 현실의 벽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사고 안 쳐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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