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장인 혼밥에 대한 생각

by 하루

혼밥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인이 되고나서 점심 시간이면 누구와 밥을 먹을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곤 한다. 필자는 사실 누구와 밥을 먹던 그렇지 않던 그렇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는 가운데 혼자 밥을 먹으면 왠지 모를 소외감을 종종 느끼긴 한다.


혼자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은 대개 점심은 회사의 상사들과 먹는 회사가 많았다.

그 친구들은 늘 상 제육, 청국장, 돈까스 메뉴를 돌려가며 상사와 먹어야 했는데 식사 속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미없는 대화 주제에 어떻게든 관심을 가지는 것까지 점심 시간도 근무의 연장 선상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혼자 먹는 경우가 외로웠던 친구들의 경우는 대체로 회사 점심 문화가 편한 사람끼리 먹어도 되는 회사가 많았다.

마음 편한 동기들과 편하게 밥을 먹는 분위기인 회사의 경우 점심 시간은 상사와의 불편한 기류를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의 시간이다. 이런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혼자 먹는 것은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간이란 본래 이기적인 존재라 실상은 아무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을테지만, 동시에 한 개인은 사회적인 동물이기도 해서 타인의 시선을 더욱 강하게 의식해 움츠러들게 한다. 필자도 그 중 하나이다.


필자는 대학생 때 동기들과 식사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었다.

수업시간 보다 더 많은 교내 알바 때문에 점심이나 저녁 시간이 일정치 않았기에 혼자 먹는 것이 익숙했으며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허기짐이 더 급했기에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막상 직장인이 되고나니 점심 시간에 밥 먹을 동료(물론 상사 말고)가 없으면 어쩐지 소외감도 들었다. 인간의 욕구에서 허기짐을 채우고 나니 그 다음 단계인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중요해진 단계인가 싶기도 했다.


사실 점심 시간을 칼로리로만 환산한다면 회사에 비치된 과자를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보나 칼로리면에서도 훨씬 더 이득이다. 그럼에도 굳이 꾸역 꾸역 나가서 값 비싼 점심을 사먹고, 아침에 마신 커피를 점심에 또 사는 것을 보면, 점심값에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값도 포함하여 지불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가치는 물가처럼 날로 비싸져만 간다.


서울 업무 지구의 점심 값은 커피를 포함해 대략 18,000 내외는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혼자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게 더 좋은 걸 보면 관계에 대한 가격은 18,000원 정도는 하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먹는 것이 외로울 때면 종종 내가 아낀 돈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비록 18,000원에 해당하는 사회적 관계의 유대감, 그 무리에 속해있다는 편안함과는 멀어졌지만 혼자서 싸게 먹으면 10,000원에 해결한 점심 값을 생각하면 약 8,000원은 아낀 셈이다.


생각해보면 혼자 있을 때 잠시 쉴 수 있지 않은가 싶다.

때로는 책을 읽거나 때로는 글을 쓰거나, 또 때로는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며 1시간 남짓 하루를 보다 알차게도 쓸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혼밥을 할 때면 공부하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주로 카페에서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며 옆자리 아저씨들의 주식 얘기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인생사를 듣는 편이다. 사실 듣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워낙 크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본인이 얼마나 "테토남"인지도 알게 되는 건 덤이었다.


혼자 밥 먹는 것은 외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익할 수 도 있는 시간이다.

나를 애처로이 처다볼 거라는 사람들은 실상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으며, 이따 회사에 들어가서 따분한 일상을 살아내는 직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좀 외롭긴 해도 돈도 아낄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면 심신의 안정을 잠깐 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외로웠다면, 생각보다 혼자 먹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과 식당에서 여럿이서 웃고 있는 그 누군가는 여전히 점심 시간에도 근무 중인 것을 잊지 않으면 외로운 마음이 다소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