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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령 Feb 09. 2023

오, 애틋한 나의 메모장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을 꺼내볼래




나는 왜 글을 쓰는걸까?

무엇을 위해 끄적이는걸까


새벽은 왜 사람의 감성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걸까? 유독 어떤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루동안 겪었던 일들과 말들이 머리에 맴돌기도 하고, 나에 대해 되돌아보기도 하고. 밤하늘을 수놓듯 펼쳐지는 망상들 속에서 '아!' 하고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바로 메모장을 킨다.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체 일단 휘갈기는 메모장 위 글씨들. 잘쓰던 못쓰던 일단 적고 본다.


처음 내가 글을 썼던건 내 마음이 편해지고자였다. 머릿속에 엉키는 복잡한 감정들을 직접 손으로, 글씨로 풀어내면 좀 풀릴까 싶어서. 내 마음부터 정리되어야 그 다음의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혹은 머릿속에서 슥 하고 스쳐가는 요상한 상상들이 언젠간 쓸모있게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이유들로 내 마음이 편해지고자 나만 아는 비밀 메모장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펜을 들었다. 초,중,고, 대학 시절에는 노트에 끄적이며 손글씨로 그날의 나를 남겼고, 이후로부터는 틈나는 시간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그날의 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나에게 글을 쓰는 이유를 묻는다면, 마음이 편안해져서도 있지만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느낀 감정들을 잊고싶지 않아서였다. 반복되는 일상, 끊임없이 쏟아지는 앞으로의 고민들 속에서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고 맘 편하게 표현하는 날보다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더욱이, 마음 속에서 우러나 드러나는 나의 감정들이 소중했다. 좋았던 기억, 기억에 남았던 말들, 우울했던 날, 잊고 싶지 않은 행복한 날 등 그날에 벌어진 일들과 함께 내가 지었던 눈물, 웃음, 감동의 것들을 남겨두고 싶었다.

이를테면 '나에게 쓰는 편지'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나의 메모장은 한 때는 내 감정 쓰레기통으로써의 역할이 되주었던 시간들이었지만, 지금 기록되는 나의 메모장은 그런 감정들마저 애틋하게 품기 위한 감정 연습장이 되어가고 있다.






오, 나의 애틋한 메모장

그 날들을 되돌아보며 펼치는 첫 페이지



오랜만에 손으로 직접 쓴 글노트를 발견해 첫 장부터 마지막 글이 적힌 페이지까지 슥- 훑었다. 쓸 때는 몰랐는데 모아놓고 보니 50개도 넘는 글들이 적혀있었다. 이미 지난 날들에 대한 글들이었지만, 그 당시 어떤 마음으로 감정들을 적어내려갔는지 그날의 내가 생생했다. 그러다 스치는 생각. '브런치에 그 날의 나를 하나씩 올려볼까?' 였다.


사실 브런치를 개설했을 때부터 잠깐씩 생각해왔던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부끄러운 마음때문에 접어버렸었다. 혼자서 그 무섭다는 새벽감성에 젖어 적은 글들도 많고, 오그라들 수도 있는 말들도 꽤 많다고 생각이 들어 남사스러운 마음에 묻어두기만 했었다. 하지만 오늘 직접 손글씨로 적힌 그날의 나를 마주하니 왜 내가 그런 글을 끄적였는지, 그래서 지금의 내가 보는 과거의 나는 어떤지 등을 함께 적어낸다면 내게도 좋은 글쓰기 시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란 원래 그런 곳 아닌가? 별거 아니라고 숨겨놓았던 글들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느낌표가 되어줄 수도 있는 곳.


잘 썼다고 자신할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느낌표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스스로 자신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고 명목 삼아보기로 했다. 비밀스럽고도 애틋한 메모장에 담긴 그날의 나를 하나씩 풀어내보려 한다.


자, 이제 어떤 글부터 꺼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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