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더니…

환한 미소가 화를 녹이다

by 한정호

지난 주말, 주문한 생맥주 시럽이 입고됐다. 그런데 5통을 주문했는데, 배달원이 6통을 들고 들어왔다. “난 5통만 신청했는데요?” 라고 하자 배달원이 웃으며 말했다.

“한 통은 서비스예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 번 방문한 영업사원이 ‘다음엔 하나 더 챙겨드릴게요’ 하던 말이 떠올라 기특하다는 생각과 함께 배달원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빈 통들을 돌려줬다. 그런데 서류를 내밀며 베트남어로 빽빽하게 적힌 메모장을 보여주더니 서명을 하란다. 뭔가 냄새가 났다.

그래서 그 빽빽히 적힌 글 밑에 영어로

“Received 5 syrup bottles + 1 free service bottle.” 이라고 적고 서명했다.


주말이 지나고 대금을 송금하려는데 영업사원에게서 문자가 왔다. ‘생맥주 5통 대금 + 무료 1통의 시럽통 보증금까지 송금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황당했다.

‘서비스라더니 보증금이라니?’

사전 설명도 없었다. 그래서 “5통 대금만 송금할게요”라고만 답변을 보냈다.


조금 뒤, 그가 메시지를 보냈다.

“사전에 설명을 못 드린 건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순간 마음이 풀렸다. 베트남에서 이렇게 명확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또 문자가 왔다.

“그래도 이번 보증금은 송금 부탁드립니다.”


‘그럼 그렇지.’

속으로 웃음이 났다.


오후에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오후 4시에 매장으로 오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돈 안 준다고 찾아와서 한바탕 하겠다는 거야 뭐야?’

일부러 서두르지 않았다. 샤워도 Full로 하고, 세탁한 옷도 걷고, 보스 밥도 챙겨주며 느긋하게 움직였다.

매장에 도착하니 4시 반쯤. 그런데 밖에서 보니 그 영업사원은 보이지 않았다. '어, 이 녀석 4시라고 해놓고 아직 오지도 않았군!' 하면서 매장에 들어갔다. 직원들에 인사를 하고 있는데 저 구석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면서 "Hi Mr.Han"이라며 인사를 건넨다. 그 영업사원이었다. 매장 구석에서 생맥주 기기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마음이 달라졌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와서 자기 일부터 묵묵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금 얘기보다 먼저 자기 기계를 점검하고, 청소를 마친 후에도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만 짓는다.


꽤심했던 마음이야 마음 한구석에 있었지만, "약속한대로 오늘 중에 대금 송금할께요"라고 말하니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할 뿐이다. 나가면서 한 편의 불안한 마음은 있었든지 "몇 시쯤?"이라고 묻길래 "오늘 중!"이라고 무뚝뚝하게 답변하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매장 밖에서 다시 한 번 나를 보고 웃으며 손가지 흔들며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그가 골목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마자, 난 모바일로 시럽 5통 대금과 1통 보증금을 함께 송금했다.

그리고 송금 내역을 캡처해 바로 전송했다. (사실 난 시럽 5통 대금만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행복한 날이다. 평소 같았으면 따졌을 일인데 참고 보니, 덕분에 저렇게 이쁜 사람을 볼 수 있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영업사원 덕분에 ‘미소가 화를 녹이는 순간’을 봤다. 그리고 말 한마디보다 더 강한 건, ‘환한 미소’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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