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맥주가 내게 준 아름다운 아침 선물

과음하지 않은 날의 선물

by 한정호

구정 새해 이후 내가 내 자신과 한 약속이 있다. 소주대신 맥주를 마시기로 한 것, 아침에 숙소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정리후 일상을 시작하기이다.


어제 저녁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2차로 현지 식당의 치킨 구이에 맥주를 한 잔 하였다. 맥주를 3캔 정도 마셨으니 전 같으면 소주를 3병 정도 마신 것과 같을 것이다. 전에는 술을 마시는 양을 줄이겠다며 맥주대신 소주를 마셨었는데, 언젠가 소주 마신 량을 맥주로 마시는 정도가 내 주량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이후로 맥주를 마시기로 마음먹었다. 소주를 많이 마셔 같이 자리를 한 분들께 민폐를 끼친 적도 수차례 였기에.


오늘 아침 이른 새벽, 평소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몸으로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 어제 저녁, 소주 대신 맥주를 선택했기 때문일까? 만약 소주를 마셨다면, 오늘 아침 7시나 8시는 되어야 겨우 몸을 일으켜 매장을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기분 좋게 일어나, 숙소를 정리하고 숙소를 빠져 나왔다.

20250217_054641.jpg 푸미의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매장으로 가는 길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산등성이로 향했다. 일출이 다가오면서 내 눈에 비춰지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어둠을 뚫고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에 하늘은 울그락 불그락 아름답기 그지 없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에서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길을 가다 보니 비구니들이 수련을 하는 선사가 눈에 들어왔다. 비구니들의 선사가 조용히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어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조용하고 평온한 아름다움을 만났다.

20250218_055818.jpg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평온한 아침을 만들어내는 곳. 그곳에서 잠시 머물며, 과음을 하지 않았기에 누릴 수 있는 이 순간을 깊이 음미했다.

20250218_060050.jpg
20250218_060056.jpg
20250218_060156.jpg
20250218_060242.jpg
20250218_060417.jpg
20250218_060551.jpg
20250218_060719.jpg
20250218_060739.jpg
20250218_060753.jpg
20250218_060838.jpg
20250218_060948.jpg 보현(普賢)선원 전경 : 보현 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중요한 보살로, 자비와 실천적 수행을 상징한다

다시 길을 나서 매장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벌써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길가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 도로 위를 가로지르며 등교하는 학생들. 이제 겨우 6시 15분인데도 이들은 활기찬 하루를 열고 있었다. 나도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기로 했다. 평소 같았으면 거를 법한 아침 식사를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일품인 ‘분보 후에’를 한 그릇 먹고, 길거리 커피까지 욕심을 내어 마셨다. 온전히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7시가 채 되지 않아 매장에 도착했다. 앞마당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비타민 음료를 나눠 드리고, 매장 앞 청소를 시작했다. 잡초를 뽑고, 흩어진 쓰레기들을 한곳에 모아 현지인들이 하듯 불을 지펴 태웠다.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나도 잠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어프로치 연습을 하며 몸을 움직이니 몸과 마음도 상쾌하다.


모든 것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8시. 평소 같았으면 아직도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이미 하루를 한참이나 앞서 시작한 기분이었다. 단순히 소주 대신 맥주를 선택한 것뿐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아침을 선물받을 수 있다니. 과음을 하지 않음으로써 내게 찾아온 선물은 단순히 맑은 정신이 아니라, 한층 더 풍요로운 하루를 열어주는 시간이었다.

이제 알 것 같다. 가끔은 한 잔의 술이 주는 위로도 필요하지만, 절제하는 습관이 나에게 더 큰 선물을 준다는 것을. 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아름다운 아침을 만들었듯, 앞으로도 내일을 위한 더 좋은 선택을 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침의 아름답고 행복한 영상을 담았습니다.

맥주가 내게 준 아름다운 아침 선물


명함.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교,천주교의 성지 바리아-붕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