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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08. 2020

101.  쾰른의 가로수길: 치보 커피와 참치 피자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방법 (2): 눈에 밟히는 여행지, 쾰른

2017. 09.06 수요일 - 2017.09.07 목요일


나와 유럽 유학 생활 간의 이별을 위해 나는 세 가지를 준비했다. 처음 찾는 여행지로 떠나볼 것, 눈에 밟히는 여행지를 다시 밟을 것, 그리고 일상의 여행지(기숙사부터 캠퍼스까지  아우르는 나의 주변)를 찬찬히 둘러볼 것. 그중 두 번째로 유럽을 공부하게끔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나라, 독일을 찾았다. 딱히 새로운 독일을 탐험하러 가기보다는, 쌍둥이 친구 A 자매 얼굴이라도 다시 볼까 하고 찾은 쾰른이었다.



지난번 쾰른 방문이 A자매의 부모님 댁이었던 반면, 이번 쾰른행은 이제 막 독립한 A자매의 아파트가 목적지였다. 재미난 점은 우리나라였다면 자매가 한 아파트에 각자의 방을 두고서 거실과 화장실을 공유하며 한 집 살림을 차렸을 텐데, 독일 친구 A자매는 한 아파트에 두 집 살림을 꾸렸다. 1층에는 동생, 3층에는 언니가 산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인테리어 취향부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언니가 블랙 앤 화이트 톤의 이케아 주방을 꾸민 반면, 동생의 주방은 같은 이케아의 화이트 앤 우드 톤으로 꾸며져 있다.  영혼의 단짝처럼 지낼 때는 과감히 붙어 지내는 쌍둥이 자매지만, 그전에 앞서 A자매는 두 명의 독립된 존재인가 보다(허허).


독일에 오면 내가 꼭 찾아다니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그걸 하루 만에 다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지금, 뿌듯함이 크달까(그도 그럴 것이 일기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 참 재미있었는지'를 남기는 거라고 초등학생 때 배우지 않았는가!).


독일 여행 중의 첫 번째 의식은 바로 Tchibo(치보) 커피전문점을 찾아가는 것인데, 이 치보 커피란 게 저렴한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이 꽤나 고소하다! 좀 큰 기차역을 구비한 독일 도시라면, 역 한 구석에 치보 커피점이 하나쯤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흔한 커피 전문점이. 치보 커피의 특이점은 매장 내부에 커피와 전혀 관련이 없는 생활용품(가끔은 전기장판까지도)을 판매한다는 건데, 그 난잡스러운 가게 분위기가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밌다. 그런데 그러한 나의 치보 커피를 쾰른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Ehrenstraße(에렌슈트라 )로 향하는 길에 발견한 게 아닌가. 치보 커피를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에, 기왕 에렌슈트라세를 걷는 거 기분 좋게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걷기로 했다.


치보 커피잔은 문구부터 재치가 넘친다. 귀국 선물로 원두 두 팩을 구입했다. 방 안 가득 커피향이 찼다.
Halt mich fest(꼭 잡아)!라고 외치는 치보 커피잔.


두 번째로 내가 찾아다니는 것은 참치 피자다. 분명 참치도 피자도 좋아하는 것들인데, 그 두 가지를 합쳐 놓은 건 왜 이리도 어색한 걸까. 하지만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독일에서 보냈던 일본인 친구가 식당에서 자신 있게 참치 피자를 시키는 걸 보따라 시켜본 뒤로, 나는 괜찮다는 독일 피자집에서는 가능한 한 참치 피자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참치의 고소한 맛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텍스쳐가 꽤나 중독적이다. A자매의 추천으로 들어간 Jaely's Cafe에서의 저녁식사 중에도 나참치 피자를 즐겼다.


쾰른의 가로수길에는 멋쟁이 할머니 분도 계셨고 가지와 참치를 곁들인 피자도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선거철이라 CDU를 비롯한 여러 정당들의 선거 포스터도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선거 운동 풍경에 비해 아주 조용하고 단촐하다.


저녁에는 이 시즌에만 즐길 수 있는 Federweisser('페더바이서'라고 해서 숙성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은 포도주로, 알코올 함유량이 굉장히 적어 포도주스 취급을 받는 '아기 와인'!)를 REWE에서 구입해 A자매와 수다를 떨면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A자매는 한국에구하기 힘든 독일어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쾰른 최대의 서점 Mayersche로 나를 데려갔고, 그곳에서 우리는 독일어 책을 사는 한국인과 한국어 교재를 사는 독일인의 풍경을 연출해 냈다. 5년 전 우리를 이어준 인연의 끈이 마인츠대 학생교류처에서 기획한 '언어 교환 Tandem Buddy 프로그램'이었다는 게 새삼 떠올랐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곧 A자매가 직장인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어쩌면 한국을 방문하러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한국에서의 재회라니, 그 또한 기묘하고도 멋진 일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Bis dann, meine Adelina und Alina!


쾰른 대성당의 첨탑도, 구수한 독일빵도,
귀여운 맥도날드 감자요리(무려 이름이 '해피 후라이')도, 한-독 언어 교환으로 만난 A자매와의 수다도 잠시 안녕이다.
뤼벤행 기차를 기다리며 쾰른 중앙역의 소리를 기록해 둔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5년 전 마인츠 교환학생을 마무리 지을 때는 '내가 또 언제 유럽에 와 볼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뤼벤에서의 유학을 마무리하려는 지금은 이상하게도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니 크게 아쉬워할 것도 없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훗날을 기약하는 설렘이 더 강해졌다. 2012/3년의 나와 2016/7년의 나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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