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선수가 된 기분입니다. 저는 분명 작가인데 말이죠. 방금 제가 무어라 친건지 기억을 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문장이 됩니다. 정신을 놓고 있다간 비문을 만들기가 참 쉬워요. 타다다다- 타다다다-- 공간에 울려 퍼지는 이 크고 요란스러운 소리가 제 문장 목소리라는 게 아주 묘합니다. 지금껏 글을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는 총을 쏘고 있었던 걸까요? 하긴 글쓰기는 전쟁과 같아서 손에 든 것이 펜이기만 하진 않지요. 고양이처럼 주변을 배회하는 남편은 제가 이곳에 무얼 쓰는지 궁금한가 봅니다. 저보고 거북목을 하지 말아 보라고 하는데 본인은 천연 거북목입니다. 하하 늘 그렇습니다. 본인의 모습은 잘 보지 못하고 나부터 노려보지요. 사랑스럽습니다. 이 종이가 언제 끝이 날까요? 한 자 한 자 괜히 소중해지는 타자기 이용 시간입니다. 무의식이란 이름의 공간에서 잘 놀다가는 기분입니다. 가끔 진한 인센스 향을 맡으면 타자기가 생각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