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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Oct 15. 2019

우리의 본성에 맞서 싸우는 방법

댄 애리얼리, <상식 밖의 경제학>




세 번째 책이다.  <넛지>, <블랙스완>에 이어  <상식 밖의 경제학>까지, 인간 본성과 경제적 관점을 버무린 책 3부작을 찍었다. 세 책 모두 행동 경제학적 측면에서 인간의 편향을 낱낱이 밝힌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가 같다. 그럼에도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난다.


넛지는 아포가토같은 책이었다.(서평: 우리가 넛지에 대해 놓치고 있는 몇 가지 이야기) 정부 관료라는, 저자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는 넛지가 메인인 줄 알겠지만 책의 진정한 메시지는 그렇지 않다. 시민을 생각하고, 공공의 이익 증대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그래서 편향을 낱낱이 밝히는 싸늘한 아이스크림의 향연 뒤에 진한 따뜻함이 흘러나온다.


블랙스완은 에스프레소같은 녀석이다. (서평: 자고 일어났더니 구독자가 23배 늘었다) 서평에서는 운과 불확실성, 복잡계에 대해 중점적으로 서술했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나심이 내뱉는 자칭 전문가들이라 일컫는 이들을 향한 비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 기저에는 이야기짓기의 오류, 환원주의의 오류와 같은 우리의 본성적 측면이 드러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이야기꾼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보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단순화하고, 예외는 버린다. 때로는 사람의 어리숙한 면을 후려 갈기기까지도. 그렇게 우리는 좋은 이야기에 홀려 지갑을 꺼내고 주식 차트를 바라본다. 저자는 이를 냉소어린 말로 까내린다. 전문가에게 홀리지 말고, 편향에 치우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그렇다면 이 책은 어땠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하면 좀 어울릴까. 따뜻했지만 꽤나 지루한 면이 없잖았던 넛지와 달리 비교적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면을 가지고 있다. 실험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은 다소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깔끔하다. 꽤나 냉소적이지만 그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까지는 제시하지 않는 블랙스완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스타벅스부터 시작해, 꽤나 적나라한 성적 충동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까지 딱딱 맞아떨어지는 구조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우리의 본성. 그 와중에서도 우리는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을 데이터에서 찾았다.(나는 대학원에 어떻게 진학했나)



(이하 인용)

지난 학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바로 진로 설정에서였다.

올해 초,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아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한국의 대학원생은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교수의 갑질이 만연한 곳이 바로 연구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여 어떻게든 좋은 환경을 확보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그래서 단순히 관심 가는 연구주제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나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최고의 연구실을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많은 친구들이 대학원을 선택하는 프로세스는 보통 이렇다. 관심사가 어느 정도 있는 분야가 몇몇 개 있다. 그럼 그 중에서 좀 괜찮아 보이는 연구실을 찾는다. 홈페이지를 찾는다. 오 재밌겠네? 메일을 보내 연락한다. 잘되면 굳, 안되면 다른 랩을 찾아본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첫번째, 학부생 시야에서 흥미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 분야가 실제로 진학해서 접해본 뒤에도 재미가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즉, 흥미 변동이 생기기 때문에 좋은 기준이 아니다. 어찌 보면 편협한 접근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분야를 미리 정하고서 연구실을 찾기 때문에 너무 표본이 너무 적다. 이게 왜 문제인지를 알려면, 사업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창업을 할 때 아이템을 미리 정하고서 들어가나? 그렇지 않다. 트렌드, 시장성 등 외부 요인도 분석해야 하고 흥미 외에 자신만의 내적 기준도 세워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진짜 재미없어 보이는 분야가 아니라면 모두 선택안 중 하나로 취급해야 한다.

그래서 흥미 외에도, 앞길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연구실 인원(석사/박사/포닥 인원 및 자대생 비율), 졸업생 현황(그 연구실 졸업생 분포가 산업계에 치중되어 있는지 학계에 치중되어 있는지), 김박사넷 평가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각 항목에 가중치를 매겼고, 가고 싶은 학교에 있는 36개 연구실을 전수 조사해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정말 재밌던 건, 막연히 재밌어 보인다고 생각한 연구실이 1등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막연히 그냥 봤을 때 fancy해 보인다는 편향을 제거하고 최상의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자주 얘기하지만, 내 소명은 만든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는 믿음이다. 현상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 인간이 지닌 결핍을 해소하고 새로운 눈을 띄워주는 기술, 난 그 답이 데이터라 믿는다. 그래서 이를 분석하는 힘을 계속 길러나갈 것이다.


이 책이 그에 대한 확신을 다시금 되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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