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로도 소개팅이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인연을 거부했어. 첫인상에서 탈락이면 시작을 안했지. 나에게 연애는 곧 결혼이었거든.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때 나는 내 선택에 확신이 없었어. 함께 할 사람을 내 손으로 골라야 함이 마땅한데도 그 중대한 사안을 부모님께 맡겨버라곤 나몰라라 한 셈이지. “제가 고를 건데요?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다 결국 좋은 사람 만날 건데요?’ 당당히 말하지 못했어. 부끄러운 일이야. 내가 선택하지 못한다는 건. 세상 사람 모두가 박수를 친대도 나는 알잖아. 내 선택인지 아닌지.
그러니까 말이야. 한마디를 하자면 사람은 많이 만나볼수록 좋은 거야.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손끝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거야.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아프고, 헤어지면서 내 선택이 아주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날도 있겠지. 헤어지는 날은 뼈가 사무치게 괴롭고, 세상을 탓하겠지만 시간 지나 알게 될 거야. 내 손으로 사랑하고 내 손으로 실패도 해봤다고.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운 ‘성공’이 너를 더 부끄럽게 할 거야
나는 어땠느냐고? 물어 뭐해. 엄마가 한 남자의 연락처를 준거야. 선을 봐보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면서 어째 딸을 밀어넣었나몰라. 우리 둘은 만나자마자 직감했어. 서로가 서로의 집에 필요하다는 걸. 잘 웃는 여자, 책임감 있는 남자였거든.
알고 보니 나는 잘 웃지만 순한 여자가 아니었고, 그 이는 책임감은 있지만 집안일은 나몰라라했지. 그런데 어쩜, 운명이 이럴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겨울에 만나 봄에 결혼한거야 글쎄. 부모님이 원하시니 서둘렀어. 파도에 떠밀리듯 그렇게 흘러갔네. 그 시절엔 많이들 그러긴 했어. 참, 우리 어머님이 봤다는 사주도 한 몫했지. ‘궁합이 말도 못 하게 좋아요. 이건 환상이야, 환상.’
그 점집이 어딜까? 찾아가서 아주 그냥…. 아유, 잠깐만 쉬었다 가자. 마음의 소리가 나와 자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