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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점 Oct 02. 202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결혼은 외로운 거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거야? 엄마는 결혼을 닦달만 했지, 힘들 수도 있다곤 안했. 내가 비혼이라도 외칠  그랬을? 원망스러웠어. 중매를  엄마도, 연애 경험없는 ,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도, 밉기만 했어. 아이를 기르는   몫이었지. 술이 잔뜩 취해서는 어렵게 재운 아이를 깨울 , 나는 바가지 긁는  넘어 바가지로 뚝배기를 깨고 싶었지.  싫은  뭔지 아니다음날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식사를 내야 한다 거야. ? 나는 전업주부니까.



  어느 날은 엄마한테 소리쳤어.  이렇겐  살아. 결혼은  혼자 했어? 애기는 빽빽 울고, 집안은 엉망이고, 더는 못해. 갈라설 거야.” 귀한 막내딸이 엄포를 놓는데 엄마는 웃으면서 복숭아만 깎더라고. 어찌나 얄미운지, 우리 엄마한테 복숭아 알러지라도 하나 있었으면 싶더라니까. 엄마는 태평했어. “헤어지는  쉽다냐. 이것아.” 참고 사는  답이라기에 나는 공격력을 잃었지. 다른 타깃이 없을까.



  . 그래, 술이 문제지. 도대체 술이 뭐길래 사람 정신을  빼놓는 거야? 술을 입에도 대본 적 없는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그날이  거야. 사고 당일이. 


밤이 늦어가는데 또 그이는 말없이 안 들어오고, 전화도 안 받아. 옳다구나, 오늘이구나. 나는 거사를 앞둔 은행털이범처럼 걸어가서는 부엌 찬장에 모셔둔 위스키를 꺼냈어. 그이가 아끼고 아끼던 술이었지. 17년산인지, 21년산인지 알게 뭐야.



갓난 아기가  자는지 확인하고는, 위스키를 열었어. 온더락인지 뭔지 알턱이 없는 나는 컵에  따르듯 술을 채웠단 말야. 목에 털어 넣기를 서너  했을까. 어디가 천장이고 어디가 바닥이야. 세상이 뺑뺑 돌면서 내가 걷는 건지, 거실 바닥이 나를 밀어내는 건지 좌우 분간이 흐려지기 시작했어. 남편이  하듯 나도 갈지자로 걸으면서  침대에 쓰러져 깔깔 웃었지. 이야,  좋은  나만 몰랐구답답함이 온데간데없고, 이리오너라! 외치면  동네 사람이  앞에 일렬종대로   같더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어.



 얼마나 지났을까, 퇴근한 이는  보고 기절초풍이었. 담임선생님이 문제아 부르듯 남편 이름 석자를 외치면서 “ 좋은걸 여지껏 혼자 먹었냐!” 소리친 거야. 그는 겸연쩍게 웃기도 했던  같아.  바가지만 긁던 부인이, 난데없이 바가지 위에 올라가 칼춤 추고 있으니  놀라고 배겨? 내가 순한 여자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 셈이지.



  다음 , 나는 마음으로 후회될  아니라 몸까지 힘들어서 하루 종일 지구를 등에 업고 태양 주위를 도는 듯 했어. 그런데 있잖아. 효과가 아주 없던  아냐.  이후로 남편 귀가시간이 좀 빨라진 거 아니겠어? 금성에서  여자는 이렇게 화성에서  남자를 놀래킨거지. 그러니까 집안의 누군가가 갑자기 술을 한 병 비운다던지,  내오던 밥그릇을 던지고 간다던지, 전에 없던 일을 벌이면 그건 조심할 징조인 거야 큭큭.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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