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하나, 웃음 몇 마디로 완성된 완벽한 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남편과 나는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했다.
새 아파트의 첫 입주였고,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이사 전, 신혼 침대와 아이 침대까지 모두 처분한 우리는 침대 없는 삶을 시작했다.
안방에는 아무 가구도 없었다.
폭신한 유아 놀이 매트 두 장만 나란히 깔아 두었다.
밤이면 그곳이 세 식구의 잠자리가 되었고,
아침이면 이불을 개어 드레스룸 안에 차곡차곡 넣었다.
가구 하나 없이 비워진 방은 말을 하면 살짝 울릴 정도로 맑았다.
그곳은, 내가 꿈꾸던 미니멀라이프 그 자체였다.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매트 위 생활은 편안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서로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그 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 집에 이사한 지 석 달쯤 되었을까.
7월의 한 여름밤,
에어컨을 켜고 매트 위에 이불을 펼쳤다.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조잘조잘, 이어지고 겹치는 말들.
어느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말을,
그날 밤 나는 비로소 가슴으로 알았다.
몇 년 동안 우리 가족은 병과 함께 살았다.
시어머니의 허리 통증, 시아버지의 부정맥,
친정아버지의 후두암, 친정어머니의 유방암까지..
아프지 않은 분이 없던 시간이었다.
그분들이 모두 회복되어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남편과 아이까지 건강하던 그 시절.
나는 이불을 끌어안은 건지, 아이를 끌어안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뒹굴며 깔깔 웃고, 조용히 속삭이던 이야기들.
그 밤은 내 인생 행복의 절정,
분명 베스트 3 안에 드는 순간이었다.
천국이 있다면, 아마 이런 곳일 거라 생각했다.
그때 문득,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나는 이렇게 행복한데, 우리 엄마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내 나이 즈음의 엄마는 어떤 하루를 살았을까.'
행복의 끝자락에서 미안함이 스며왔다.
그리고 곧 다짐했다.
이 감정은 잘못된 거라고.
자식이 행복한 순간에 부모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건
결코 건강한 마음이 아니라고.
나는 내 아이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효도하지 못해서, 전화를 자주 드리지 못해서,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결심했다.
아이의 인생에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해지도록,
매일의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언젠가 내 아이도 어른이 되어,
자신만의 공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이불을 나눠 덮는 날이 오겠지.
그 순간, 그날 내가 느꼈던 이 따뜻한 감정이
조용히 아이의 마음속에서도 피어나기를 바란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불 하나, 바람 한 점,
서로의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나누는 이야기 몇 마디면 충분하다.
그 밤처럼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늘 그렇게 조용히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