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스타트업 × 법' 매거진이 브런치북 프로젝트#5에서 '금상'을 받고 쓰는 첫 글이네요.
독자분들이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피드백도 많이 주셔서 분에 넘치는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118
법률자문해주는 대상이 제주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보니 '리모트 워킹'에 대한 상담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제주도에서는 '카일루아'가 대표적으로 리모트 위킹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카일루아는 여행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입니다. 카일루아 구성원 모두가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이라 오름, 바다 근처에 있는 카페는 물론 '노지'에서도 근무를 합니다. 특히 소준의 대표님은 열혈 서퍼이기도 해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처럼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철학을 모든 임직원들에게 보여주십니다. 저와 바다에서도 종종 만납니다. 법무관-의뢰인으로 만날 때보다 만배 정도 반가워요.
스타트업은 기존의 정형화된 사업방식과 다른 BM, 새로운 조직운영방식을 추구합니다. 리모트 워킹은 고정된 장소에서 고정된 시간 동안에 일하는 기존의 근로방식에서 벗어난 비정형 근무방식으로 볼 수 있죠.
우리나라 노동 관련법은 근로자 보호가 최우선 원칙입니다. 그래서 다른 법에 비해 매우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는 규정이 많습니다. 사용자의 재량(이라고 쓰고 '갑질'이라고 읽습니다)을 줄이기 위함이죠.
근로기준법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리모트 워킹이 우리나라 노동법 속에서 문제 되는 점이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리모트 워킹은 근로기준법에서 정의되어 있는 법적 용어는 아닙니다. 리모트 워킹은 '원격근무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용어만 보면 장소적 의미만 담겨 있는 것 같지만, 근로 장소뿐만 아니라 근로 시간의 유연화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 관련법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규정들만 있고, '근로 장소 유연화'에 대한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근로 장소를 자유롭게 하는 원격근무 방식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딴 길로 잠시만 빠지면, 대체로 법이 현실을 쫒아가기 때문에 아직 리모트 워킹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계 행정청에 문의를 해봤는데 입법 논의만 있고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법제는 대체적으로 열거형(positive 방식)이어서 법에서 허용된 것만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규제 방식이 스타트업에게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스타트업 × 법' 매거진 첫 글에!
그래서 결론은요?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하지 않은 리모트 워킹도 가능합니다. 관계 행정청의 의견도 물어보니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단, 기존의 근로기준법은 준수해야 합니다.
근무장소 유연화를 규제하는 법은 없으니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서 정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근로시간 유연화에는 어떤 제약이 있을까요?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근기법 제51조)', '선택적 근로시간제(근기법 제52조)', '재량근로시간제(근기법 제58조)'입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한 주 기간 동안에는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해도 시간 외 근무가 되지 않게 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해당 기간 동안의 총 근로시간이 허용되는 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하면 안 됩니다. 이게 좀 헷갈릴 수 있는데, '초과하면 안 됩니다'라는 뜻은 초과하면 '가산수당'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매월 특정한 주에 수당 없이 초과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규정입니다. 사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이 글에서 말하는 '리모트 워킹'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아요.
선택적 근로시간제부터 리모트 워킹과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경치 좋은 카페에서 디지털 노마드를 하려는데 '9 to 6'는 좀 어색하죠. 카페가 9시에 열지 않는 곳도 많고요.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서면 합의'입니다. 또한 근무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지라도 연장근로의 최대한도인 주 12시간을 초과해서는 안됩니다.
아래 법규정은 참고만!
제52조(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 따라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면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1주 간에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1일에 제50조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1. 대상 근로자의 범위(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자는 제외한다)
2. 정산기간(1개월 이내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하여야 한다)
3. 정산기간의 총 근로시간
4. 반드시 근로하여야 할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에는 그 시작 및 종료 시각
5. 근로자가 그의 결정에 따라 근로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하는 경우에는 그 시작 및 종료 시각
6.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리모트 워킹 방식은 바로 '재량 근로시간제'일 것입니다. 재량 근로시간제는 앞서 살펴본 탄력적,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단순히 시간 조정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근로 장소의 유연화'를 가능케 하는 제도입니다.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으로 한다는 것은 근무 장소까지도 근로자의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량 근로시간제를 하려면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면합의로 '대상 업무'를 정해야 합니다. 창의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로서 '기자', '사진작가',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생각납니다.
재량 근로시간제를 선택한다면 사용자가 하나하나 근로자에게 근무시간, 장소 감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리 재량 근로시간제가 근무 시간, 출퇴근 시간, 근무장소가 재량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법정 근로시간은 지켜야 합니다. 주 40시간 이상 주 52시간 이하이면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죠.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①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
③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그 서면 합의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1. 대상 업무
2.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3. 근로시간의 산정은 그 서면 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상시근로자 수 4인 이하 사업장'입니다.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들은 상시근로자가 4인 이하인데 이 경우에는 위 규정들을 적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근로시간이 제한되지 않고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으니까요. 소규모 사업장의 특례(?) 부분도 앞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해당사항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다음 글에는 올해 새로 바뀐 '근로기준법'을 알기 쉽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lVzihSRJhNKl8EqUlnn2dM2EbUaUb8JkE-Kx7pka4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