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가볍게 13킬로 장거리 러닝 성공

하프 마라톤 준비 트레이닝

by 원더혜숙

마음을 매듯 단단히 조깅화 끈을 묶는다. 오늘은 5킬로 멀리 있는 옆 동네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긴 여정을 할 거다. 햇살이 어깨 위로 비춰 내 러닝을 세리머니 한다.


8시 반, 아침 햇살이 내리지 않은 곳은 겨울이 남아있어 싸늘하다. 허리춤에 찼던 조깅 재킷을 덧입고 털 장갑까지 껴 방한 무장을 했다. 일요일 아침, 도로는 한산하다. 딱따구리가 저 멀리 숲에서 목탁을 두드리다 잦아드는 소리를 보내왔다. 2년 동안 한결같이 함께 했던 길이 오늘은 따사로운 햇볕과 봄을 머금고 있다. 파란, 노란, 초록 초록의 들꽃과 풀이 드문드문 보였다. 가파른 언덕 길이 과거처럼 힘겹지 않은 것은 갈 길이 더 멀기 때문이지. 지금 지치면 남은 길은 버거워지니깐.


목이 마르다. 오르막을 제치고 나니 양편으로 푸른 들판이 펼쳐졌다. 융단처럼 깔린 잡초 위에 물웅덩이가 생겼고 , 땅을 갈아 작물을 심을 준비가 다 됐다. 숲 끄트머리를 걸치고 3미터짜리 나무가 드러누워있다. 바람에 못 이겨서 넘어졌겠지.


4킬로미터 심박수 130.


오르막이 다시 시작됐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끊임없는 오르막을 숨을 몰아쉬며 올랐다. 썬 캡 모자가 자꾸만 머리칼을 모아 상투머리로 만들었다. 한 템포 쉬고 정리했다. 순간 왼쪽 고관절의 찌릿했다. 계속 달려야만 한다. 한 번 친구가 발목을 삐어서 데리러 간 적이 있는 곳에 닿았다. 조. 심. 해 무사히 지나고, 파란 다리 난간 밑으로 6차선 고속도로가 보인다. 빛바랜 하늘색 생산 공장이 동네 전경 반을 가렸다. 표지판을 보고 찻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꺾어서 마을에 들어섰다. 낯선 곳이다. 도로가 높고, 그 아래 주택정원 옆에 난 작은 길을 따라 쭉 달렸다.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5킬로는 벌써 지났고, 한 시간은 훌쩍 넘었다.

‘이곳은 Oggenhausen입니다.’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지친 다리를 쭉쭉 펴는데 멀리서 흰 복실이가 나를 보고 짖어댄다. 마당 끝 울타리까지 와서는 경계하듯 짖지만 꼬리는 좌우로 흔든다. ‘너는 짖어라. 나는 잠시 쉬겠노라.’ 개가 잠잠히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안 짖어도 되겠지? 어?’물어보니, 등을 돌렸다. 흰 엉덩이에 손바닥만 한 검은 털 뭉텅이가 두 군데 나 있다.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얼룩아. 안녕! 나 이제 내리막길로 돌아간다.’


신명이 났다. 내리막이라서 시속 6킬로로 달린다.

주마간산. 풍경이 눈에 안 들어온다. 부상은 안 당하게 발끝을 확실히 디디면서 앞과 아래를 보고 달렸다. 트인 들판을 지났고, 마의 오르막은 이제 롤러코스터 내리막길이다. 지나가던 차들보다 더 쌩쌩 소리를 내면서 보폭을 넓게 벌렸다.


다시 오목한 길 문턱을 올라서려니, 멈추고 싶다.

만약 여기서 멈추면 걸어 돌아가는 길은 더 멀다. 뛰는 게 낫다.


다그락 다그락. 여전히 나무에 부리를 박고 있는 딱따구리.

휘익~. 가는 휘파람을 길게 늘어뜨리는 소리. 돌고래가 날짐승이 되면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삐조삐조 삐조삐조. 키 작은 나무에서 자기 우는 모양 봐달라고 조르고,

게양기 철 국기봉에 줄 끈이 부딪치면서 핑핑한다.

어느새 보폭이 좁아졌다.

다시 늘렸다.


해의 기운이 이제 내 등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찬 바람에 땀이 시원하게 사라졌다. 넓은 보폭을 유지하려면 다리에 힘이 든다. ‘한 걸음 한 걸음, 큰 보폭을 유지하고 속도를 늘려야지.’ ‘그래서 하프 마라톤을 성공해야지’ 러닝에 집중했다.


지난겨울에 시작했던 미술 전시회 포스터는 그대론데, 그 아래, 샛노란 꽃잎이 잔디를 제치고 나왔다. 호흡이 버겁다.

이제 거의 다 왔다.


13km.

멈춰도 돼.

집이야.


땀이 참았다는 듯이 이제야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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