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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15. 2024

무술을 배운 사람에게 인성교육도 중요한 이유

태권도장 아동학대 사건을 보며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우리는 호신술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온 사람을 보통 무도(武道人)이라고 부릅니다. 무인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고 바른길을 가는 자무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멋진 의미도 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도인이라는 말 자체는 이제 사라지고 유단자라는 표현 정도로 통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걸어 다니는 흉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육체적인 능력치가 일반인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문제는 힘들게 얻은 능력을 함부로 쓰는 사례들이 빈번하다는 점인데요. 어쩌면 성적에만 집착하며 인성교육을 가벼이 여긴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0년 1월 건대역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을 20대 초반의 태권도 유단자 세 명이 집단폭행해 뇌출혈로 숨지게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 차는 등 전문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한 이들의 폭행에 대한 위험성일 인정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최종 판단합니다. 이 세 명은 결국 징역 9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리에 따르면 폭행죄의 주체에 대해 따라 형이 가중되는 신분법은 따로 없습니다. 무술 유단자나 프로 격투기 선수가 폭행을 저지르더라도 가중처벌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죠. 개별 재판에서 특수성을 인정된 적도 있지만 재판부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판결은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양주 태권도장에서 생긴 아동학대 사건은 유단자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최악의 범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30대 관장이 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에 거꾸로 집어넣어 두고 10분 이상 간 방치했고 결국 심정지가 와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니까요.


이 범죄를 단순히 장난이었다고 말한 부분도 심각하지만 CCTV까지 삭제했다는 점이 더 문제입니다. 유단자이기에 아이한테 한 그런 짓들은 더 쉽게 용서받기가 힘듭니다. 하물며 아무런 힘도 없는 아이에게 그렇게 했으니까요. 그런 인간이 학교에도 아직 못 간 아이들을 그동안 가르쳐왔다니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요즘 태권도장은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학생들이 다니는 일종의 돌봄 시설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줄넘기부터 방학 특강은 물론 점심이나 간식까지 제공하면서 거의 보육 시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보육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동안 동네에서 친절하고 상냥한 사범님들도 많이 봤지만 인격적으로 스승으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경우도 꽤 봅니다. 물론 통제하기 힘든 특별한 아이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간혹 엄한 훈육이 필요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훈육이 정도를 넘어버리고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게 되면 학대로 변질되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면역이 생기다 보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터지게 되죠. 구속된 이 관장은 이미 여러 번 아동학대를 한 정황이 있다고도 밝혀졌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의 평소 승하차 지도 모습(사건과는 무관한 자료입니다)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너무 어린아이들은 이런 곳에 보내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무슨 일을 당할지라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이니까요.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평소에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특이한 점은 없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무조건 아이의 말만 믿지 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또한 부모에게 있어야겠죠.


사연을 알 수는 없지만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자신의 스승에게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상황을 보니 제 마음도 글을 쓰는 내내 울컥울컥 합니다. 하물며 부모의 마음은 더 찢어지겠죠.




특히 다른 보육 시설과 다르게 이런 운동 시설은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물리적인 학대도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동학대 사건계기로 호신술을 가르치는 지도자들 또한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디 병실에 누워있는 아이가 많은 사람의 염원을 듣고 기적적으로 깨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한 줄 요약 : 어떤 분야가 되었든 능력 이전에 인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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