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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동안의 처절한 생존 전쟁

그래도 글은 반드시 쓰는 날

by 페르세우스


그야말로 오늘은 아무런 생각이 없이 머리가 공허한 날입니다. 어쩌다 보니 강제적인 멍 때리기 날이 된 셈이죠.

https://brunch.co.kr/@wonjue/204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어제저녁 제가 그나마 할 줄 아는 요리인 마늘 버터 전복구이를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지난번에는 그리 인기가 많을 줄 모르고 전복 자체를 적게 샀던지라 만들었던 저는 한 조각 밖에 맛볼 수 없었죠.


이번에는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두 배의 양으로 구매를 해서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만들고 나서 식탁 위에 내어놓고 넉넉하게 먹으며 맛을 음미했습니다.


https://brunch.co.kr/@wonjue/231




그런데 다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몸에 힘이 빠지고 현기증도 나는 것이 아니겠어요? 처음엔 반주로 오랜만에 마신 맥주 때문인가 싶었습니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돌본 뒤 저도 몸을 던지듯 자리에 뉘었습니다.


간에 몇 번을 자다 깨다를 반복한 끝에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거울 앞에 벌어져 있었습니다. 저의 평범했던 눈두덩이가


몇 대 맞고

몇 시간을 울고 난 것처럼 퉁퉁 부어 있었던 것이죠.

(사진도 찍었지만 차마 올리지는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실제 제 눈 두덩이는 저것보다 2배 이상 뚱뚱해짐



비로소 깨달았죠.

"범인은 전복이다"




맛있게 잘 먹어놓고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시겠지만 저는 사실 조개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복에 한해서는 그 증상이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공교롭게

전복살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니면

전복내장을 적게라도 먹어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상태가 안 좋은 몸과 팅팅 부은 눈을 보며 조개류인 전복을 통해서 문제가 생긴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죠.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밤새 배앓이와 가려움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아침에는 근육통에 보너스로 아주 통통해진 눈을 선물 받았습니다.


오전에 급히 병원으로 가 항알레르기 주사를 한 대 맞았습니다. 하지만 금방 회복되지는 못했습니다. 기운이 없고 몽롱하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만사가 귀찮은 증상은 하루 종일 계속되었습니다.


하루가 도대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 와중에 오후 5시 반이 되는 순간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아.. 오늘 글은 뭘 쓰지?"

여유있는 날은 전날 제목 정도는 생각해둡니다. 바쁜 날인 경우에는 글감 창고에서 빼오면 되는데 그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힘든 날이었던 겁니다. 집에 가서 이들 저녁도 챙겨줘야 하는데 냥 집에 가서 드러눕고 싶을 마음뿐입니다.

오늘은 생각이라는 것조차 하기 힘든 날



그런데 다행스러운 사실은 제가 아팠던 이야기를 쓰려니까 고된 와중에도 글이 꾸역꾸역 써진다는 사실이네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가락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희한한 느낌도 듭니다.


아직까지 저는 일명 '글태기'가 오진 않아서 올해 1월 말부터 1일 1글을 어찌어찌 실천고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이런 소소한 목표를 제일 방해하는 기 상황들이 이렇게 생기네요.


일단 1년만 1일 1 글 목표를 달성해보기를 소망해봅니다. 덤으로 컨디션도 내일은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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