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 대화도 좋지만 가끔씩 tv를 보면서 먹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때도 이런저런 대화를 끊임없이 나눕니다. 그럴 때 나름대로 교훈과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최근에 아이들과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학 전쟁>입니다.
제 설명을 듣고 혹해서 보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니 일단은 <대학 전쟁>에 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한 상태에서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제목이 참 직관적인데요.
그야말로 우리나라에 있는 유수의 대학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엄선된 학생들 네 명이 그 학교를 대표하여 명예(?)를 걸고 머리를 잘 써야 이길 수 있는 대결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유수의 대학들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입니다.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 ㄱㄴㄷ 순으로 나열했습니다.)
대결방법도 간단합니다.
머리를 써야 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내고 일명 뇌지컬을 사용해서 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팀의 협업을 극대화해서 다른 대학보다 앞서서 미션을 완료하면 살아남죠. 미션들 중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영역들도 있었지만 함께 할 만한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았습니다. 문제가 나올 때는 화면을 정지시켜 놓고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죠.
사실 아이들과 저는 평소에 머리를 쓰는 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머리는 쓸수록 좋아지고 훈련할수록 발달하니까요.
<더 지니어스>를 시작으로
tvN의 <문제적 남자>는 틈나는 대로 보면서 함께 퀴즈를 풀고는 했습니다. 실력이 뛰어나지는 못해서 문제들 중에서 절반도 채 맞히지 못했지만요.
최근에는 <데블스 플랜>이라는 프로그램까지 재미있게 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죠.
그런 상황에서 내로라하는 똑똑한 대학생들이 나와서 대결하는 이런 <대학 전쟁>과 같은 프로그램은 세 남자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퀴즈 프로그램이라는 요소보다 아무래도 학벌이라는 이름에 목말라하는 학부모님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자녀들과 함께 보면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도 하셨을 테죠.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이 프로그램에서는 중간에 또 하나의 놀라운 이름값을 가진 대학팀이 추가로 참여하기도 해서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인기도 얻은 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나 아이들은 퀴즈에 좀 더 집중하려는 편이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학의 최종 순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해묵은 논쟁거리이기도 하니까요.
아마 모두들 마음속에는 각자 세워놓은 대학의 순위가 있으실 겁니다. 물론 절대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는 않죠.
매년 다양한 방식의 대학교 순위 결과가 여러 기관에서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엎치락뒤치락하는 순위에 온라인에서는 많은 재학생 또는 졸업생들의 논쟁으로 난장판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제가 나온 학교가 잘 되면 좋고 더 반갑기는 하지만 저런 순위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고 제 삶에서 죽고 사는 문제처럼 중요한 부분인가 싶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라는 타이틀이 갖는 무게가 크기 때문이겠죠. 저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학교 간판 덕을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대학의 간판에 아직도 매달리면서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어두운 단면과 욕망을 제대로 자극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대학교의 간판에 연연하지 않는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요? 제 외삼촌께서도 제가 대학을 갈 때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학교보다 전공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이죠. 1998년도의 일입니다. 그때는 20세기였고 지금은 21세기가 열린 지 20년이 지났는데 어떤 분야에 한해서는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 세상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도 이런 줄 세우기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있을뿐더러 계속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