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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구직자와 구인기업

'초연결 시대', 서류와 면접 방식의 한계를 SNS를 활용해 넘어보자

by 우드코디BJ
KakaoTalk_20250720_140042406.png 출처 : 챗GPT 생성이미지


채용박람회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어떠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구직자는 "연봉이나 처우에 대한 정보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반면, 기업 사정도 비슷해 보였다.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사전에 구직자의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 현장 채용이 어렵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구직자와 기업이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상황,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다.


중고차 시장과 채용 시장의 공통점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어 정보 비대칭 현상을 설명했다. 좋은 차와 나쁜 차가 섞여 있는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는 차량 품질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그렇지 못하다. 판매자는 제 값을 받으려 하고, 구매자는 품질을 모르니 가격을 깎으려 한다. 결국 시장에는 품질이 낮은 중고차들만 남게 된다.


채용 시장도 마찬가지다. 구직자는 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기업은 구직자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채용을 망설인다. 이력서와 채용 공고 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로 드러나는 정보 부족 문제


실제 통계가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2023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청년 구직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3.8%가 채용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구직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기업정보 입수(29.4%)'와 '채용정보 획득(20.6%)'을 꼽았다.


청년들이 기업 정보를 얻는 주된 경로는 채용정보 사이트(60.7%), 기업 홈페이지(42.7%), 채용박람회(36.5%) 순이었다. 특히 고졸자의 경우 모든 정보 취득 경로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높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정보가 '4년제 대졸 이상' 학력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구인 기업들의 미충원 사유 1위는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 부족'이었다. 2024년 하반기(23.8%), 2024년 상반기(22.1%) 모두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정보 부족은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로도 이어진다. 구직 플랫폼 인쿠르트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조기 퇴사 이유 1위는 '직무 적합성 불일치(58.9%)'였다. 입사 전 기대했던 직무나 조직문화가 현실과 달랐다는 의미로, 이 역시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문제다.


SNS로 이력서 너머를 보여주는 법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밤새우고, 경력기술서에 강점을 담으려 머리를 싸매는 노력을 서류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 일상 속 배움과 성취를 꾸준히 기록하면, 이력서를 넘어 더 구체적이고 진솔한 자기소개가 가능하다.


실제로 기업들도 이미 SNS를 활용하고 있다. 2024년 잡코리아가 기업 채용담당자 165명을 조사한 결과, 60%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12.1%는 구직자의 SNS와 블로그를 활용한다고 했다. 많은 기업이 구직자 동의 하에 SNS 계정을 점검하고, 게시물과 댓글 등을 분석해 회사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미 갖춰진 환경, 필요한 건 관점 전환


SNS 활용을 위한 환경은 이미 갖춰져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유율은 95.3%에 달한다. 10대~50대는 보유율이 99%로 포화상태이고, 60대는 96.9%, 70대 이상도 73%로 전년 66.5%보다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세대별 SNS 이용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밀레니얼세대 90.6%, Z세대 87.2%, X세대 65.3%, 베이비붐세대 24.2% 순이다. 다만 대부분이 지정된 사람에게만 계정을 공개하고, 주된 목적도 '지인과의 소통, 일상 기록과 공유'에 머물러 있다.


취업을 위해 수많은 자격증을 공부하는 상황에서 SNS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소셜 자기소개 서비스'로 바라보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슬기로운 SNS 활용법


SNS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양식에 담기 어려운 방대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목적에 맞게 여러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블로그는 1인당 최대 3개까지 계정을 만들 수 있다. 하나는 개인 기록용, 다른 하나는 친목 도모용, 나머지 하나는 이력과 경력을 기록하고 알리는 용도로 구분해서 쓸 수 있다.


다만 기업도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동의 없는 평판 조회나 SNS 검증은 구직자의 신뢰를 해친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며,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SNS 정보를 활용할 때는 사전에 명확한 동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연봉과 처우, 기업 문화나 직무 관련 정보를 지원자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단순노무직에 내몰린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해법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 확산으로 디지털 사회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사회생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소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와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디지털포용법을 제정했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SNS를 활용한 구직 포트폴리오는 고령층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법정 정년보다 높아지면서 은퇴 후 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이는 노인 빈곤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2023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처음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재취업에 성공한 노인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면 상당수가 영세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저 숙련·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재취업 일자리 중 단순노무직이 33.1%로 가장 많았다.


주된 경력이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 노무직으로 내몰리는 고령층의 경우, 정부나 기관이 구직용 포트폴리오 SNS 구축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일자리 미스매치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가 디지털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온라인 채용박람회 플랫폼을 구축하여 개인과 기업의 SNS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분류·관리한다면 공신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 취준생들이 채용박람회를 쫓아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지역을 넘나드는 구직자와 구인기업 간의 적합성 높은 연결이 가능해질 것이다.


10년 블로그 기록으로 내 정체성을 읽어낸 AI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확산되면서 채용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채용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지원자의 온라인 흔적과 디지털 정체성이 새로운 평가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IE003497719_STD.jpg 개인 계정으로 운영 중인 블로그


목재회사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우드코디'라는 이름으로 10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해당 블로그 링크를 생성형 인공지능 '그록'에 제공하고 분석을 요청했다. 이름이나 직장 등 사전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은 블로그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의 신원과 직종, 전문성에 대해 A4 용지 2매 분량의 분석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블로그가 얼마나 명확한 자기 서사를 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AI 기술이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구직자의 전문성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더 정교한 기업용 AI 면접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SNS에 자신의 일과 가치를 성실히 기록해 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이미 생성형 AI로 작성된 이력서가 범람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진정한 최적합 인재를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SNS


최근 미국 정부의 비자 신청자 SNS 계정 공개 의무화 방침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비자 신청자는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SNS 사용자명을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고, 게시물 공개 범위를 '전체 공개'로 설정해야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SNS는 신청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창'이라고 언급했다. SNS 계정이 비공개 상태이거나 활동 이력이 전무한 경우에도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사례가 나오자, 유학 준비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 SNS 활동 기록을 스스로 삭제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평소 건전하고 의미 있는 SNS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다.


구인구직 시장도 레몬마켓을 벗어날 때


SNS가 취업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하지만 '정보를 기록하고 소통하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직자와 기업 모두 작은 기록부터 시작해 정보의 벽을 허문다면, 더 투명하고 연결된 구인구직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구직자는 자신의 학습 과정, 프로젝트 경험, 업무 철학을 SNS에 꾸준히 기록해 보자. 기업은 실제 직무 환경, 조직문화, 성장 기회를 SNS로 솔직하게 공유해 보자. 그 첫걸음은 이미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한 줄의 기록에서 시작되고 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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