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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Oct 08. 2023

가을이 주는 낭만, 그 추억

삶의 사계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회사와는 좀 떨어져 있지만 지인과 같이 예전에 다니던 대학 근처 칼국수 집을 방문했다.


차로 가는 길도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지만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오래전 김동률 노래 '취중진담'도 감성을 자극한다. 어둠이 내려오고 도심의 불빛들이 비치면 가을바람은 얼굴에 차가운 기운을 더 세게 전달한다.


차를 세우고 허름한 칼국수 집으로 걸어간다. 골목의 허름한 집이지만 수육과 칼국수는 맛난 집이다. 막걸리를 한 병 한 병 할수록 가슴에 있는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온다.


술을 먹고 나온 거리는 도심의 불빛이 어두움을 비추어 주지만 가을밤 흘러가는 시간은 불빛으로 감출 수는 없는 허전함이 있다.


갑작스러운 옛 대학가 선술집에서의 저녁이지만 그냥 그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이젠 50이라는 나이가 적어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서 무엇을 해 왔는지도 생각해 보지만 아직도 가슴속 감성은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하다.


한참 동안 시원한 바람을 쐬며 우뚝하니 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자연의 사계가 우리의 사계를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옛 시절 대학 친구가 보고 싶어 문뜩 전화를 하고 철 모르며 인생을 이야기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던 시절에 애쓰고 애탔던 시간이 왜 그리워지는지!


 지금은 많은 부분들이 결정되어 있고 많은 부분들을 이루어왔지만 그 어린 시절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걸리 기운에 올라온다.


 가을이 왜 낭만을 이야기하는지를 이제야 느껴진다. 왜 가을이 추억과 낭만, 전설을 이야기하는지를 전혀 몰랐는데 이번 가을은 유독 더 강하게 느껴진다.


“어떤 이는 크고 분명한 내면의 소리를 듣고, 들리는 그대로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미치거나 아니면 전설이 된다.”(Some people hear their own inner voices with great clearness. And they live by what they hear. Such people become crazy...Or they become legends.) <영화 가을의 전설 중 대사>


 아마도 주변 지인들이 회사를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이 주는 사계를 더 크게 느끼는 줄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어디에서든 떠나는 것은 순리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당연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짠해지고 강한 감정을 불러온다. 그런 상황들이 나의 모습과도 오버랩되는 것은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떠나는 준비는 늘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 세상과의 이별도 늘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회피할 수는 없다. 그런 시간이 오기 전에 자신의 사계를 살아가며 시간의 무게를 잘 다루어야 한다.


이별과 사라짐은 우리 인생에 연속되는 순환고리이다. 우리도 자연의 큰 흐름에 존재하는 미물일 뿐이다. 자연의 큰 흐름 속에는 이별이란 자연스러운 일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흐름을 우리는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한다.


대학시절의 풋풋한 청년이 이젠 어엿한 중년으로 살아가면서


막걸리 한잔에 풋풋한 청년 시절로 돌아가는 낭만이 올 가을은 더 크게 다가온다. 가을을 맞이한 후 이젠 겨울을 기다리게 된다. 겨울의 냉혹함도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우리 삶의 사계는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삶의 사계를 느끼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 속에 우리는 늘 살아 숨 쉰다. 이번 가을이 우리가 간직한 삶의 가치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낭만의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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