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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Oct 28. 2023

과식과 걷기, 삶의 의미

익숙함에서 다르게 걸어보기

큰 나무 밑의 작은 초목들 사이로 흔적만 남아 있는 오솔길을 한 없이 걷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길을 잃어야만 자신의 마음에 더 잘 귀 기울이고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원초적 인간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나면 자기 자신과 더 잘 조화를 이루게 된다. 더 이상 자신을 숭배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게만 된다. 다른 사람들과도 더 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지친 태양의 고요함과 땅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낙엽의 감미로움, 자연의 크고 느린 호흡으로 에워싸인 이 산책길에서는 문명화된 세계, 그 자체의 공포와 거짓된 위대함, 열광적인 행복, 분노 등을 가진 그 사회가, 그 모든 것들이 나무들이 이룬 부드러운 가림막 뒤로 흔들리면서 이제는 오랜 재앙으로 보일 뿐이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저녁에 지인분들과 약속이 있어 식사를 하게 되었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의 맛에 취하고 음식의 색감과 조합에 취했다. 직원들의 환대에 매료되어 예상치 못한 과식을 하게 되었다.


지인분들과 늦은 시간까지 담소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각자의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인생 살아오며 각성의 시간, 자신이 성장하는 순간들, 미래에 대한 준비 등 우리가 살아가는 순박한 이야기들이다.


많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식사의 양에서 오는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식에 대한 죄값으로 지하철에 앉을자리가 있어도 서서 왔다. 꺼지지 않는 배는 자연스럽게 몸을 걷게 했다. 늘 집에 올 때 걷던 단거리 길을 벗어나 일부러 돌고 돌아 다른 길들을 선택했다. 길의 선택이 바뀌니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을 보게 되고 기존 퇴근길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은 선택의 변화에도 우리 주변의 것들이 달라 보인다.



인생을 살다 보면 걸어가야 할 길들 과 선택해야만 할 순간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어떤 선택이 되느냐에 따라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우리가 걸어가며 보는 풍경과 조건들은 달라진다.


여러 갈래 길들을 거쳐 긴 시간을 걸으며 집에 도착하는 삶도 있을 수 있고 짧은 시간을 걸어 집에 도착하는 삶도 있다. 집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걷는 동안에 겪고 보는 것은 달라진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효율을 따지면 당연히 단거리로 걸어가면 된다. 하지만 속도와 효율화라는 가치가 주변의 풍경을 보지 못한 채 지나가도록 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오히려 먼 길을 걷다 보면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존재하나 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풍경을 접하며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


어는 때는 속도를 내기도 해야 하지만 어는 때는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바라봐야 한다. 다양한 풍경들을 보다 보면 생각의 진폭도 달라진다. 다양한 길들을 우리는 모두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의 주변만이라도 바라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바쁘다는 이유로 그러지도 않는다.


그럼 왜 우리는 걸으면 주변을 바라봐야 할까!


 단순하다. 이 세상은 다양함으로 만들어져 있다.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다. 다양한 길 속에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자신이 선택하는 길이 그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혼자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다양성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할 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넓어지게 된다.


어떤 관점으로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은 달라진다.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집에 다다른다. 죽음 전까지 걷고 있는 길들의 선택들이 자신의 생각들과 삶의 색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걷는 길 속 우리가 주변을 보는 관점과 태도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게 된다. 부정의 시각으로, 긍정의 시각으로, 아니면 현실적 시각으로, 어떤 시각으로 우리의 세상과 주변을 바라볼지가 중요하다.



과식이 준 짧은 가르침이 죽음과 삶.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선택하는 길들의 가치에 대해 교훈을 전달한다.


 우린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다양한 풍경들을 보며 자신의 삶의 경험들을 다양화하고 있는가!

아니면 속도에 쫓겨 주변의 풍경도 보지 못한 채 늘 가던 길의 익숙함에 무료하게 걷고 있는가!


어떤 선택의 길이든 자신의 삶 속에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지만 당신이 걸어가는 길의 선택과 바라보는 관점들이 당신을 만든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길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길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의 길들을 만들며 걸어가자!


뭔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걷다 보면 정말이지 모든 것이 다 너무 느리게 이루어진다. 섣부른 기대는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자신의 리듬에 따라 다음 숙박지까지 걸어가야만 한다. 평정이란 곧 그냥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걷는 동안의 평정은 또한 모든 근심 걱정과 비극이, 우리의 삶과 육체에 속이 텅 빈 고랑을 파놓는 모든 것이 완전히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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