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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Sep 26. 2023

유명세 뒤에 드리운 그림자

비판과 비난, 그 사이

(이미지출처:vls) 대단한 인기였죠.


어릴 적 우리 집은 동네의 이웃집에 비해 TV가 조금 일찍 자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지간한 TV 프로그램을 거의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이나 되니까 거의 하루 종일 방송하지만, 당시에는 방송 시작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소위 화면 조정시간부터 TV 앞을 꿰차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연속극이나 뉴스가 있었고 아이들은 만화영화나 코미디 프로에 심취했습니다. 당시에 방영하던 프로그램 중에는 지금도 기억나는 이름이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미리 배우나 코미디언을 뽑아놓는 준비 시기가 촉박하다 보니 그 시대를 주름잡던 배우나 코미디언들은 대부분 연극무대나 악극단에서 잔뼈가 굵었거나, 때로는 미 8군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송국이 생기고 전속 탤런트들이 선발되어 정식으로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극(劇)은 물론 관련 부문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대중에게 친숙했던 라디오 덕분에 가수들의 TV 활동에 날개가 달렸고 일부 유명 성우(聲優)들도 TV 출연을 통해 그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 당시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가장 관심을 받던 분야가 코미디가 아니었나, 혼자 생각해 봅니다. 당시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프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 서영춘, 송해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아! 그분! 하고 떠올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이율배반적인 반응은 당사자들을 많이 당황하게, 그리고 속상하게 했을 것입니다. 분명 재미있다, 웃긴다며 깔깔대면서도 한편에서는 저질이다, 수준 낮다는 혹평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대학 개그제의 여파와 개그맨이라는 신 계층 덕분에 말로 그리고 탄탄한 대본으로 웃기는 시절이 열렸습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신선함에 박수를 보냈고 그동안의 저질 논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거라고 믿었습니다. 기존의 희극인들은 이제 서서히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했고 게 중에는 연세가 들어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청중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광 뒤에는 매사 그렇듯 늘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소재의 고갈, 억지로 웃음을 유도하는 주제, 또 다른 몸 개그의 양산 등등 이 또한 점차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자유로울 수 없었고, 다양한 특징을 표출하는 예능 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예능감 넘치는 패널에서 개그맨들이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어두움의 정점은 거의 모든 코미디 프로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결국 개그맨들이 그 재능을 펼칠 만한 변변한 고정 프로그램이 거의 없습니다.          

 

개그맨도 엄연히 존재하는 직업군이기에 시대가 변하고 세태가 변하면서 여타 직업처럼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요,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출연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해서 방송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닙니다. 그로 인해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들이 방송에서 사라지는 것을, 우리도 바라는 바는 아닙니다. 세대가 바뀌고 이제 또 다른 시절이 오면 방송의 틀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대중에게 웃음은 물론 때로는 색다른 감동도 주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그들을 너무 함부로 대한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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