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하나 땄을까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인지 아니면 4학년 때인지 친구 따라 태권도장을 다녔습니다. 친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니고 있던 터라 허리에는 이미 색깔 있는 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제가 도장을 다니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첫째는 친구가 좋아서였고 둘째는 같은 반 친구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친구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였습니다.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회사의 사장님을 아버지로 둔 친구는 그 집의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걸핏하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 일쑤였고 가끔 아이들을 밀쳐도 와락 달려드는 방어 정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럴 일이 없긴 했지만 만일 그 아이에게 그런 대접을 받기라도 한다면 싫을 것 같아서, 그 목적으로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어지간히 실력도 늘고 시간이 지나 허리에 검은 띠가 묶어질 무렵 때마침 방학도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내 또래 누구도 건들지 못할 거란 자신감 정도는 챙기고 등교했지만, 그 아이는 없었습니다. 서울로 전학을 갔답니다.
마침 검은 띠도 있겠다, 목표도 잃은 그 시점부터 태권도 수련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도장도 빼먹고 거짓말도 바닥을 드러낼 즈음 제 도장 생활은 사실을 알아차린 부모님에 의해 자연스레 끝이 났습니다. 만일 그때 태권도를 계속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운동이 내 공부에 도움을 주었을지, 아니면 그대로 운동으로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았을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쉰 살이 넘은 어느 날,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 하나만 가지고 무작정 집 근처의 태권도장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거창한 목표와는 달리 그냥 건강을 지키자는 목표가 전부인 채 말입니다.
나의 수련은 어린 친구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사범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봐라, 이놈들아. 저렇게 나이 드신 어른도 열심히 하시는데 젊디 젊은 너희들은 왜 이렇게밖에 못 해?’. 하지만 내 수준은 딱 그 정도였습니다. 온몸의 관절은 마치 박제된 인형처럼 뻣뻣하기 이를 데 없었고 머리로 그려낸 동작과 실제 동작은 다르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달랐습니다. 내 몸은 마치 바람 인형 같았습니다.
태권도가 더 이상 나에게 유익한 운동이 아니구나! 알아차리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원하는 운동의 리스트에는 더 이상 태권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운동은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 몸의 상태에 맞추어하는 것이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지금도 주변에는 수많은 태권도장이 있습니다. 유도장이나 합기도장, 태권도장으로 대변되던 체육시설이 이제는 정말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에는 관심 없던 세대도 이제는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운동을 다루어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이래서 운동은 참 중요한 것입니다. 새마을 운동, 바르게 살기 운동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일은 일상에 한 축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그래서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