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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상 Aug 26. 2021

노신사

가장 잘한 일은 그렇게 시도해본 것

노신사는 지긋한 웃음을 띄며 본인은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다는 여유 있는 얼굴로 물었다.

"무엇이 하고 싶은 건가?"

이것은 마치 5초 안에 자신의 꿈을 대답하지 않으면 당신은 꿈이 없는 사람이다와 똑같은

맥락의 질문이었다.

한숨을 길게 내쉰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몇 가지 생각을 내뱉어봤지만 노신사의 표정은 무미건조하였다.

약 5분 만의 대화에 인생 패배자가 된 나는 오늘 밤 진지하게 고민 좀 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노신사와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

노신사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잘 몰라"


노신사는 자신이 과거에 유명한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음악도 하고 싶었고

사업도 하고 싶었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학교에서 공부도 더하고 싶었고

그림도 그리고 싶었고, 가족과의 시간도 가지고 싶었고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무작정 길을 떠났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가장 잘한 일은

그중에 가장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시도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노신사는 결국 가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무릎을 딛고 일어서서

저 공원 끝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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