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어떤 Ritual이 있습니까?

by SM
뉴질랜드 럭비팀 하카

뉴질랜드 럭비팀이 경기에 앞서 대열을 갖추더니 주장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혀를 내밀고 눈을 부라리며 발을 구르고 허벅지와 가슴을 두드리는 하카(Haka)'의식(Ritual)'을 진행한다.


하카 의식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전쟁에 앞서 두려움을 없애고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jungdong.jpg 중동고 수능응원식

작년 뉴스에 나온 영상으로 중동고 수능 응원식이 매년 화제이다.

학교 앞마당에 2학년 후배 200여명이 대오를 갖추고 있다.

수능 전날 고3 선배들이 하교길에 나서는 순간 후배 200명은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고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는 군무를 선보인 후 고3선배들을 무등에 태워 학교 정문까지 모셔다 주는 행사이다.

이 진귀한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동네 주민들도 나와있고 매년 언론사 들도 취재차 나와있다.




이런 요란스런 Ritual이 아니라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공동체의 의례와 의식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하는 국민의례나 학교단위로 하는 입학식, 졸업식 그리고 가족 단위로 하는 결혼식, 장례식, 차례, 제사 등등 모두 공동체의 Ritual에 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Ritual은 일정한 규칙과 관습에 따라 전통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진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이런 Ritual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되어 소속감과 동질감이 생기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얻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공동체 Ritual이 점차 사라지는 듯 하다.


내가 경험한 80년대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모두 일어나서 애국가를 불러야 했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사이렌이 울렸고 모든 국민들이 일제히 '얼음'이 되어 '국기 하강식'을 지켜봐야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더우나 추우나 전교생을 오와 열을 맞춰 세운 뒤에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화를 듣고 그 와중에 꼭 한 두명씩은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애국 조회'를 했었다.


이런 일제시대나 군사문화의 잔재들은 응당 사라져야 마땅한 Ritual 로 생각된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에도 계속 공동체의 Ritual은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있다.

일전에 글을 남겼던 '결혼 함'이나 '집들이' 같이 시대에 맞지 않아 사라진 것 뿐 아니라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차례 같은 공동체의 Ritual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공동체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개인중심으로 전환되고 사회가 더 합리적, 실용적으로 바뀌면서 기존 Ritual들은 구시대의 잔재와 같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 탓이다.

그 뿐 아니라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대면의 필요성이나 선호도가 없어졌고 특히 코로나 영향으로 '모이는 행위'자체가 금기시된 것도 큰 이유가 된 것 같다.


따져보면 공동체의 Ritual이란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합리적인 이익이 있는지는 의문일수 밖에 없다. 뉴질랜드 럭비팀이 Haka를 행한다고 실제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고 사람에 따라 불필요한 혹은 더 나아가 불쾌한 주술적 행위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더러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배타적인 행위로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에 언급한 중동고의 '수능 응원식'이 뉴스에도 나오는 주목받는 행위라서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개중에는 거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데 집단의 압력에 마지못해 들어간 학생도 있을 것이고 또 공부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기에 학교나 선배를 위한 '응원식'을 위해 최소 며칠씩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부모도 있을 것이다. 이런 균열이 조금씩 생겨 임계점에 다다르면 아무리 전통이라고 해도 쉽게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어떤 세대가 등장할지 또 어떻게 세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본질이 아닌 형식적인 절차가 사라지고 축소될 것은 자명하다.


그럼 어떻게 본질을 유지할 것인가가 숙제일 것이다. 즉,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공통체의 소속감과 동질감을 유지하고 혼자라는 두려움을 없애고 안정감을 주면서 배타적이지 않고 형식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는 새로운 Ritual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집 쌍둥이 매년 생일에는 인도 음식점을 간다.

여섯살 생일에 처음 갔는데 아이들이 음식도 맛있게 먹고 식당 분위기도 이국적이라 특별한 기분이 들어서 매년 생일은 인도 음식점에서 축하하기로 했고 전통처럼 올해 열일곱 생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갈 때 마다 아이들도 뭔가 우리 가족만의 Ritual로 의미있게 그리고 또 재미있게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쭉 아이들 생일에는 인도음식점을 찾을 예정이다.

다만 언제든 아이들이 인도음식이 질리거나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중단하고 멕시칸이나 중국집이나 다른 음식점을 찾을 준비는 되어있다.


아마 그런 것이 조직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신입사원 들어오거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고기집에서 소주잔 파도타는 강압적 '회식'의 Ritual이 아니라 재미있고 의미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그런 공동체의 'Ritual'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나는 아직도 고기집에서 소주먹고 끝나고 노래방가는 '회식'을 좋아한다.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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