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낙하산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많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며 자존심을 세울 필요도 없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저 나보다 나은 직원분들을 믿고 가야 했다. 혼자 자존심 부리다가는 함께하는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할 처지였다.
승진, 근평, 수시인사 배치 등 다른 과와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력과 경험도 나이도 적은 과장의 미약함이 중요한 그들 인생에 도움이 못 될지언정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는가(어쩌다 나를 만나)
경험 많은 직원들을 신뢰하고 모르는 것은 물었으며 연배가 지긋하신 과장님들을 열심히 따라다니며 배웠다.
그러다 어느 날 전 부처를 대상으로 오로지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관리자 상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것이 덜컥 됐다(물론 그때 투표할 수 있는 전체 서 직원 중 우리 과 직원들이 가장 많았다.ㅎㅎ)
이제 그만 그 파티션 뒤에서라도 맞지 않는 옷은 걸어두고 가시방석은 치우고 앉아있으라고 쭈그린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위로였다.
다들 오고 싶어 하는 자리인지도 모르고 온 이 좋은 자리에 대체 수습 따위가 무슨 수를 썼길래 쟁쟁한 과장님들이 가득 찬 이 서에 배치되어, 감히 아무나 될 수 없다는 낙하산으로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아마도 이제야 돌아서 보면 당시 저승에 계셨던 분들 덕분이었겠지만) 스스로도 답을 모르고 마음만 졸이며 살다가 이런 뜻밖에 위로를 받으니
원하지 않던 낙하산이었지만 (이 좋은 자리에 보내주신 분들을 한참 원망했었지만) 주춤거리며 뛰어내리지 못하고 서있던 등을 망설임 없이 떠밀어주신 분들께 감사했다.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을 어린 낙하산조차 보듬어주고 격려해 주는. (어른들 말씀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마냥 편안할 수는 없었다. 말하지 않았던가. 첫 사회생활이라고.
뭐든 시작은 고난이 따라야 맞았다.
그렇게 아마도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을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