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치영 Oct 17. 2023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나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약 20여 년의 경력 차와 무엇보다 경험 있는 여섯 분 과장님들 틈바구니 속에서 아무리 머리를 말고 은갈치 정장옷에 하이힐을 신어도 경험과 연륜을 따라잡기는 만무했다.


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생물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한 분들의 마음도 이해되지만, 나 역시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거나 그저 경계인으로 서성이다 떠날 시간을 기다리는 것. 둘 중 하나였다. 어떻게 주어진 기회인데 그저 떠다니다 흘러가버리기에는 아까운 시간 아닌가(우리는 모두 어렵게 태어났다.) 좋든 나쁘든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고야 말아야 했다.


하루는 우리 서가 속한 지역을 관리하는 나이 지긋하신, 곧 퇴직을 앞두셨던 직원분께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다양한 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은 상황에서 굳이 본인의 시간을 내서 식사를 하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간 자리에는 그분 혼자였다.  식사 자리라  둘이 먹기에는 대화 소재도 그렇고  시간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걱정스러웠지만. 귀여운 고민도 잠시.


저녁을  먹고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사지 샵에 가자고 하셨다. 처음 식사한 동료와 둘이서 가기에는 아직 사회생활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가 있나 한참을 생각하다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도까지의 마음 확장은 어려워 마사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어느 사회집단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들이라고 들었던 일들에 비하면 웃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일화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 시대를 지나온 그 분께는 선의였다 하더라도 우리가 나이 많은 상급자여도 그랬을까.


 잘못했나 곰곰이 돌아봤다. 아주 한참을. (혹시나 지금 고민 중일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잘못이 아니라고.)  직원분의 선의였다면 왜곡된 채로 혹시나 나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나로서는 한마디지만 그분께는 치명타일  있으니 신중해야 했다.


나이와 성별  다양한 구조적 배경 하에서 주어진 자리가 개인을 모두 지켜주지는 않았다.  자리도 그럴진대 다른 직원들은 어떨까.


믿었던 동료에게 동료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동료로 인정받을  있을까. 나이를 먹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고, 성별은 바꿀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 06화 어린 낙하산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