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앞에 장사 없다.
2022년이 3일 남았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씩 도는 건 순수한 지구의 마음이지만, 지구 안에서 사는 인간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 매년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노화와 필멸은 인간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그걸 머리가 깨닫기도 전에 머리카락과 수염이 그 색깔 자체로 말해주고 있으니 날이 갈수록 속수무책이기만 하다. 나는 천천히 걷고 힘들게 걸으며 생각한다. 그럼 무엇을 해야되나, 무엇을 해야 시간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역시 독서와 공부말고는 없다.
2023년 독서의 제1목표는 2022년처럼 '내 힘으로 고전 읽기'이다. <사기 열전> 후반부 35편과 <사기 세가> 30편, <사기 본기> 12편을 8월까지 차례대로 읽으면 사마천 <사기> 일독을 마무리 하게 된다. <사기> 이후에는 손무의 <손자병법>을 읽을 것이고, 공자의 <논어>는 2022년처럼 매일매일 조금씩 공부할 것이다. 동서양 고전의 비중을 맞추기 위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읽을 계획인데, 이 책은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동안에만 공부할 생각이다. 엥겔스의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은 2011년에 이어 다시 꼼꼼하게 공부해야 한다.
2023년 독서의 제2목표는 '말하기와 글쓰기 공부'이다. 2022년에 이어 대통령 연설문을 위주로 공부할 것이며, 2023년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책을 곁들어 가며 균형을 맞출 생각이다. 내게 글쓰기 공부는 2023년에 특히 중요한데, 내 40대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와 잭 하트의 <논픽션 쓰기>를 저본으로 삼아 공부할 것이며, 이후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신나게 읽을 계획이다. 상황을 만들어 조지 오웰의 작품도 도전할 것이다.
2023년 독서의 제3목표는 '스웨덴과 교육'이다. 막연히 동경하던 스웨덴을 회사 업무 덕분에 차근차근 공부할 기회가 생겼고, 동네 도서관을 활용해 천천히 읽고 윤곽을 그려볼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 사활을 걸어야 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아무쪼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기쁜 마음으로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여 마음껏 뛰어놀 작정이다. 교육 관련 도서는 아빠로서 마땅히 읽어야 할 분야인데, 딸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딸아이와 원만히 대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공부할 것이다. 유치원을 시작한 2022년은 경이와 경악이 교차하는 해였다.
2023년 독서의 최종 목표는 또 '독립'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하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하고, 중심을 잡되 마음은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단순한 일들을 지겹도록 반복해서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일은 민첩하게 하고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시간을 소중하게 대해야 하고, 이와 더불어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안전한 가정을 가꾸고 안전한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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