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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Feb 21. 2023

에바 린드스트룀, <모두 가 버리고>.

Alla går iväg. 

스웨덴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 Eva Lindström의 2015년 작품 <모두 가 버리고>를 읽었다. 이유진 번역가의 노력으로 2021년 4월에 단추 출판사에서 출간됐고, 스웨덴어 원제는 <Alla går iväg>이며 영어 번역 제목은 <Everyone walks away>이다. 이 <모두 가 버리고>는 국내에 소개된 작가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모두 가 버리고>의 주인공은 '프랑크'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다. 코는 닥스훈트처럼 길쭉하게 생겼고, 제2차 세계대전 무렵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가 썼던 노란색 모자 비슷한 것을 머리에 덮어쓰고 있다. 조종사 복장 같은 회색 빛깔의 옷을 위아래로 입고 있으며, 노란색 배낭을 등에 짊어지지 않고 늘 오른손에 들고 다닌다.


프랑크는 늘 혼자 다닌다. 티티, 레오, 밀란은 함께 놀지만 프랑크는 늘 혼자 다닌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프랑크는 이렇게 말한다. "저기 또 모여 있네. 얼마나 재미있을까?" 집으로 돌아온 프랑크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눈물은 냄비에 한가득 모인다. 프랑크는 설탕과 이 눈물로 '가장 맛있는 마멀레이드'를 조리한다. 


프랑크가 마멀레이드를 조리하는 장면은 이렇게 묘사되고 있다. "마멀레이드가 뻑뻑해질 것 같으면 프랑크는 조금 더 울었어. 너무 뻑뻑해도 안 돼. 너무 묽어져도 안 돼." 프랑크의 이런 모습을 티티, 레오, 밀란은 집 밖에서 창문 안으로 바라보고 있고, 프랑크는 "상을 차리고 차를 우리고 빵을" 구우며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크가 묻는다. "마멜레이드 샌드위치에 차를 같이 마실래?" 모두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응, 그래, 어." 이 짧은 대화가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프랑크는 왜 그동안 혼자 였고 티티, 레오, 밀란과 함께 놀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신비로운 이야기다. 


**

에바 린드스트룀, <걷는 사이>, 2016년 작품, 2022년 국내 출간.  

에바 린드스트룀, <나는 물이 싫어>, 2010년 작품, 2021년 국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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