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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r 24. 2023

어제 도착한 책.

<법구경> 등 3권.

책 3권을 받았다. <법구경>, <을묘사직소>, <태평양 전쟁의 한국인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법구경>은 동생에게 사달라고 한 것이고, 뒤의 2권은 어머니께 부탁한 것이다. 본가 식구들에게 책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동생에게 <밀양> 각본집을 보냈더니 너무 재밌다는 반응을 전해와 그러면 너도 내게 선물 하나 해달라고 해서 받은 게 <법구경>이고, 어머니께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를 보내드린 후 그러면 연습 삼아 책 주문을 한번 해보시겠느냐는 제안으로 받은 게 <을묘사직소> 등 2권이다.


<법구경>은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을 읽으며 다음에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메모해 놓은 책이다. 조너선 하이트가 인용한 <법구경>의 한 구절은 이랬다. "오늘의 우리는 어제의 생각들에서 비롯되고, 우리의 현재 생각들이 내일의 삶을 지어 올린다. 우리의 삶은 우리 마음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2022년에 읽었던 책 몇 권도 <법구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었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선불교 사상을 조직 운영의 전범으로 삼은 게 인상 깊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의 '신해행증' 정신을 언급한 게 사못 산뜻했었다.


<을묘사직소>는 조선 중기에 활동한 남명 조식 선생의 상소문이다.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현재의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옮긴 것이라 하여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이다. 조식 선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당시 시대 상황도 아는 게 없지만, 책표지에 실린 먹그림을 작업한 작가가 아는 선배여서 그냥 사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 '상소문'이라는 글의 성격도 내가 평소 즐겨 읽는 분야와 맥이 닿는다. 하급자가 자신의 생각을 상급자에게 털어놓는 문장은 권력자의 연설문을 읽는 것 만큼이나 흥미롭다.


<태평양 전쟁의 한국인들>은 2023년 2월에 알게 된 책이다. 남태평양의 어느 섬 나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2023년 1월 말 이후 '태평양 전쟁'을 다룬 책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문장도 간결하고 근거 자료 또한 풍부한 듯 하여 이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요즘 한·일, 미·일 3국 간의 정치 상황을 봐서라도 태평양 전쟁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계속 꺾여 있다가 2018년 무렵부터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일본 내각을 봐서도 그렇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의 3·1절 연설문을 봐서도 그렇다.


회사일도 많고 사놓고 안 읽은 책도 많은데 나는 왜 또 새책을 3권이나 집에 들였을까. 좋게 말하면 궁금한 게 많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철딱서니가 없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알고 싶은 게 많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까운 돈 버리는 것이다. 구구절절 변명 밖에는 안 되니 <법구경>의 구절 하나를 인용하는 것으로 참회를 대신한다. "몸을 더러운 것이라 보아, 모든 감각기관의 욕구를 다스리고 절제할 줄 알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수행하는 사람은 그릇된 것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 우뚝 선 큰 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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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 쉬나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2022.10.27.

문재인 · 문형렬, <대한민국이 묻는다>. 2022.10.10.  

데즈카 오사무 · 하타 슈헤이,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 2022.12.04.

20대 대통령의 '제104주년 3·1절 기념사'.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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