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6 ~ 2023.04.16.
다시 4월이다. 다시 4월 16일이다. 남은 사람은 여전히 힘겹다. 배가 가라앉은 이유를 여전히 납득할 수 없고, 내 새끼를 살리지 않은 이유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말을 해야 할 사람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여전히 못 본 체 모른 체 하고 있다. 그 날 이후 세상은 더 선명하게 둘로 나뉘고 있다.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된다. 한 명이라도 나와야 한다. 그 날 그 사건을 본 사람 중에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와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와야 한다. 벌을 달게 받고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와야 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먹고 자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했었다. 이어지는 산업재해에 분노했고 염치없는 권력자들에 분노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하기 보다 내 식구 내 가족에게 집중하려 한다. 하나마나한 뻔한 소리를 하기 보다 내 직장 내 동료들에게 집중하려 한다.
가정에 일이 생기면 식구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일이 생기면 동료들과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이렇게 해주겠지 기대하기 보다, 내가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내년이면 10주기다. 남은 사람은 계속 그날이 떠오를 것이고 궂은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말을 해야 할 사람은 계속 입을 다물 것이고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살아갈 것이다. 나는 다만 바란다. 적어도 우리 식구에게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기를, 내가 책임져야 될 일이 생기면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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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동 일기>. 2022.02.25.
<나는 세월호 잠수사다>, <홀>. 2022.02.27.